2024-04-26 00:54 (금)
장용준 사건 권력 눈치 보지 말아야
장용준 사건 권력 눈치 보지 말아야
  • 박민석 사회부 기자
  • 승인 2021.09.2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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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석 사회부 기자
박민석 사회부 기자

조선 세종 9년 서달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여요전쟁 당시 적장과 담판을 벌여 철군케하고 강동 6주를 확보한 서희의 12대손이자 당대 최고의 재상인 좌의정 황희의 사위였다. 더불어 서달의 아버지 서선은 당시 형조판서로 태종 이방원과 동문수학했던 사이였다.

어느날 서달은 어머니를 모시고 온양 온천으로 가는 길에 한 고을에서 행패를 부리다 이를 제지하던 표운평이라는 아전을 종들을 시켜 때려죽였다. 이 같은 사실이 조정에 보고되자 좌의정 황희는 사건 무마에 나선다. 서달의 집안에서도 표운평의 집에 거액의 뇌물을 주고 입막음을 했다.

이렇게 서달의 난행은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묻힐 뻔했지만 최종 보고서를 보고 이를 의아하게 여긴 세종에 의해 진상이 밝혀졌다. 이에 연루된 사건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자들은 파면, 귀양에 처해지고 서달은 간신히 사형을 면하고 장 100대에 유배형에 처해졌다. 이 사건은 권력을 배경삼아 난행을 일삼은 탕아의 사례이면서도 권력 앞에서도 법은 엄정해야 함을 보여준 유명한 일화다.

최근 장제원(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인 장용준 씨가 경찰을 음주 단속에 불응하면서 경찰을 폭행한 사건이 연일 화제다. 앞서 장 씨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고 가다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장 씨에게 신원확인과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이에 불응하고 경찰관의 머리를 들이받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조사를 받고 귀가조치 됐다.

장 씨의 난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그는 SNS 상에서 미성년자에게 성매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출연하던 방송에서 하차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019년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한 대학생 단체는 "장 씨는 무면허에 집행유예 기간에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구속되지 않았다"며 "이야말로 불공정한 부모 찬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장제원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장 의원 아들의 계속된 범죄행각은 아버지가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라며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자신감은 장 의원의 권력에서 기인했다"고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장용준 씨의 잇단 음주운전을 비롯한 난행과 반성 없는 행동도 문제지만 이를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할 수사기관의 소극적인 태도와 정치권의 반응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법불아귀 승불유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대로 쓰지 않는다. 이는 한비자 유도(有度)편에서 유래한 말로 법의 형평과 공정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사람들이 분노한다고 해서 장 씨가 엄벌에 처해질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장 씨의 연이은 방종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서도 안된다.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사기관의 사명이 어느 때보다 발휘돼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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