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돈키호테
요즈음 돈키호테
  • 공윤권
  • 승인 2021.09.23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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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사안 두고 대립하는 정치판엔

자기편 맹신ㆍ반기사도 정신 넘쳐

`돈키호테` 부정적 이미지 그대로 답습

화합ㆍ통합 속 `돈키호테` 양산 멈춰야
공윤권 전 경남도의원
공윤권 전 경남도의원

오래전에 읽었던 돈키호테와 관련된 책을 최근 다시 접했다. 책 제목은 `돈키호테의 식탁`이라는 책이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돈키호테는 그리 간단한 책이 아니다. 워낙 두꺼운 책이라 완독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책의 내용 중 돈키호테가 먹는 음식에 초점을 맞춘 책이 바로 돈키호테의 식탁이다.

작가가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음식을 위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필자는 돈키호테를 읽으면서도 별로 관심 가지지 않았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 이런 음식이 그 책에 나왔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게 느꼈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돈키호테의 식탁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오랜만에 돈키호테에 대해 떠올리게 됐다. 돈키호테는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회자된다. 사회 부적응자나 아니면 다소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돈키호테로 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기존 이미지와 다른 돈키호테의 모습을 많이 만나게 된다. 돈키호테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상당히 유식한 사람이고 엄청난 독서광이다. 물론 책의 종류는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에 한정된다. 또한 누구보다 신념이 투철하고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풍차에 돌진하고 수많은 양 떼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모습은 웬만한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신념과 사랑은 현실과 괴리가 있기 때문에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본인이 괴물이라고 믿고 목숨 바쳐 싸웠던 풍차는 괴물이 아니고 적의 군대라고 뛰어들었던 상대는 적이 아니라 양 떼였다. 보통 사람들의 시각과는 다른 자기만의 매트릭스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돈키호테가 사랑했던 완벽한 여인 둘시네아 또한 단테의 베아트리체처럼 우아하지 않았다.

만약 돈키호테가 좀 더 대중적이고 상식적이면서 그만큼의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면 정말 훌륭한 기사가 될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자기만의 매트릭스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자기만의 매트릭스 안에서만 살아서는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 한다.

그런데 요즘 책에서 접했던 돈키호테를 자주 만나게 된다. 기사도 정신에 투철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거의 맹목적이다.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모두 무찔러 버리겠다는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평상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마저도 특정 사안에서는 돈키호테가 돼버리는 경우를 자주 접하곤 한다. 풍차를 괴물이라 하고 양 떼를 적의 군대라고 하며 여인숙을 성이라 하고 여인숙 주인을 성주라고 우긴다. 이 주장에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

요즘 정치 리더들에게 상대는 무찔러야 할 대상이다. 특정 사안들 두고 대립하는 것을 당연하지만 무조건 상대를 물리치기 위해서 모든 논리와 억측을 동원해 상대를 깎아버린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행동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치인들의 행위는 돌발적이고 이상하다. 우리 정치판에 깔려 있는 내가 살고 상대를 죽이는 대립 구도 때문이다.

돈키호테의 신념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이러한 주장은 절대 변하지 않고 급기야 본인의 존재 이유와 동일시한다. 본인의 주장과 다른 주장을 하면 적대시하고 아군이냐 적군이냐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마치 모두 무찌르겠다는 돈키호테의 눈빛을 하면서.

500년 전 세르반테스에 의해 창조된 돈키호테란 인물이 요즘 자주 보이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화합과 통합을 내세우지만 기저에는 돈키호테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작용하는 것 같다. 둘시네아도 평범한 여자라는 사실을 요즘 돈키호테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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