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8:12 (토)
슬기로운 국민으로 살아가기
슬기로운 국민으로 살아가기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09.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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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언제 수준을 따졌나?` 정치판에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고 상대 죽이기가 곧 내가 사는 길이라는 단순한 등식이 유효한 이상 우리 정치의 수준은 밑바닥으로 길 수밖에 없다. 정치가 희망을 말하기보다 자기편 살리기에만 몰두하면서 정치판엔 싸움닭만 넘쳐난다. 정치에 말의 성찬이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모두 상대를 죽이는 말뿐이다. 말에는 논리가 없고 자기편을 드는 말만이 차고 넘친다. 초등학생이 들어도 가당찮은 말을 예사로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말의 속임을 최고 덕목으로 몸에 새긴 게 분명하다. 여야가 대통령 후보가 뽑기 위해 내부 총질도 상당하지만 외부 삿대질은 도를 넘고 있다. 원팀을 자처해도 상대를 눌러야 내가 오르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상대를 깎아야 내가 서는 정치판의 생리를 모르는 순진한 사람은 정치인이 만드는 슬기로운 정치 생활에 환멸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시간을 떼 내 보면 우리 정치에는 정의가 없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96만㎡(약 29만 평)에 아파트 5903가구를 조성한 `대장동 개발`이 난리다. 가장 성공한 공공 개발 사례가 최고 비리 민간 개발이 될 수도 있다. 여야가 이 사안을 두고 보는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으레 큰 선거를 앞두면 온갖 사안이 도마에 오른다. 대박 사업이 하루아침에 비리 사업이 되기도 하고 떠오른 인물이 다음날 추락하기도 한다. 정치에서는 진실은 없고 실상만 있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진실을 옆에 두고 진실을 만드는 아이러니가 정치판에서 통한다. 상식을 놓고 봐도 눈에 들어오는 사안을 두고 정치인들이 얼굴을 붉히며 달려드는 모양새를 보면 측은하기도 하다. 그래도 양 쪽에 매몰된 사람들은 별문제가 없지만 소위 말하는 중도에 있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정의는 날라 가고 허상만 남아있는 통에 무얼 봐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가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정치인이 패거리 살리기에 몰입하면서 `의미`는 달아나고 `현상`만 남는다. 슬기로운 정치 생활은 환상이고 살아남기 위한 정치 생활만 남아 끝까지 진실을 밀어내고 가짜를 몰아넣어 권력을 잡으려는 술수는 통할 수 있다. 슬픈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에게서 훌륭한 인간성을 기대하는 것조차 순진한 생각이다. 막판에 대세를 타면 걷잡을 수 없다. 웬만한 걸림돌이 나타나도 앞으로 달릴 수 있다. 정치가 바닥을 기는 데에 유권자도 힘을 보태는 게 사실이다. 너무 자기편에 몰입하면 유연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함량 미달의 정치인과 의미를 좇지 않는 유권자가 만나 우리의 대통령은 대통령이 못 되고 소통령이 됐다. 이번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조짐이 없지 않아 마음이 급하다. 흔들리는 판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상식에 기준해서 봐도 억지로 맞추려는 가상한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정치는 우리의 삶을 다듬어주는 예술이다. 좋은 정치 지도자를 만나면 우리 삶이 거칠어지지 않는다. 사심 없이 정치를 펼치면 국민이 편한 건 당연한 논리다. 요즘 국민의 생활은 여러 갈래로 찢어져 있다. 머리를 굴려야 슬기로운 국민 생활을 할 수 있다. 너무 한쪽 편으로 흐르는 정치 바람에 맞바람을 쐬는 국민은 힘겹다. 이 모든 현상을 정치 지도자들이 만들었고 지금도 양산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로 소수의 사람이 수천 억 원을 속된 말로 `땡겼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괴감을 느끼겠는가.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시 시장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현재 나온 사실만으로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정치인이 여러 사람이 나눠야 할 파이를 몇몇 사람에게 잘라준다면 그 정치인은 공공의 적이다. 전체 시민을 보지 않고 일부 사람에게 거대한 이익을 몰아줬다면 더 큰 곳간을 맡을 자격이 없다.

정치의 수준이 바닥을 친 게 하루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더욱 수준이 바닥을 기는 모양새다. 자신의 위기를 말로써 벗어나려는 얄팍한 술수가 쉽게 읽힌다. 저질의 언사가 먹히는 것도 낭패지만 일단 속이려고 덤비는 정치인의 포장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문제다. `감`도 안 되는 정치인들이 날뛰면서 국민을 현혹하는 서글픈 현실에서 슬기로운 국민 생활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판에서 수준을 따졌나"를 위안 삼는 것도 슬기로운 국민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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