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은 꽃과 새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을은 구르몽
의 시몬을 부르며 세월 가는 줄을 몰랐다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 산소길
국화꽃 구절초 꺾어들고 내려오는데,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온 고향의 인정이여,
한 손에 마늘봉지, 한 손엔 고구마 자루, 뉘 손엔 찹쌀
자루, 뉘 손엔 팥 봉지,
앞집 아지맨 참깨 봉지, 뒷집 아저씬 잘 읽은 고추자루
저마다 "우남어른 살아 계실 때" "우남마님 계실 때…"
한다
어머니 아버지가 심어 놓은 인심이여
아, 두 손을 마주잡고 놓지 못하는 고향이여
2.
네 예쁜 얼굴 어디 갔느냐고, 오랜만에 와서 그냥 가냐고
고향은 내게서 예쁘던 그날의 옥공주를 찾지 못해 해석
타 한다
깨꽃같이 청순한 소녀를 중년의 여인으로 만들어 버린
무정한 세월이여,
너는 내 고향에도 속절없이 다녀갔구나
청솔처럼 푸르던 동네 아저씨, 구절초 같은 동네 아줌마
들 어디가고, 서리 맞은 백발의 갈대만 서걱인다
애잔한 눈시울 자꾸 하늘가에 능소화로 피어난다
그래도 좋아라
울 부모님 사시던 내 유년의 그 집, 대문 앞 청청하던 그
감나무 고목이 되어도
자갈길 흙길이 시멘트 길이 되어도 변할 줄 모르는 인정
이, 사랑이 홍수로 밀려온다
울 아버지 즐겨 읊으시던 청산리 벽계수는 수이 가서
그날의 옥 공주는 찾을 수 없어도
인심도 인정도, 사랑도 그대로 거기에 있었다. 내 고향
그 곳에
포근한 어머니 젖가슴 인 듯 탯줄인 듯
등 뒤에서도 그립다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코로나로 모두들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는 이
즈음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계시거든 추석에는 꼭 찾아뵈라고 권하고 싶다
각박한 세파에 시달리던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줄 그 고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