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는 줄 모르고
세월이 흐르는 줄 모르고
  • 문인선
  • 승인 2021.09.16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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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선 시인
문인선 시인

 

 

 

1.

봄은 꽃과 새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을은 구르몽

의 시몬을 부르며 세월 가는 줄을 몰랐다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 산소길

국화꽃 구절초 꺾어들고 내려오는데,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온 고향의 인정이여,

한 손에 마늘봉지, 한 손엔 고구마 자루, 뉘 손엔 찹쌀

자루, 뉘 손엔 팥 봉지,

앞집 아지맨 참깨 봉지, 뒷집 아저씬 잘 읽은 고추자루

저마다 "우남어른 살아 계실 때" "우남마님 계실 때…"

한다

어머니 아버지가 심어 놓은 인심이여

아, 두 손을 마주잡고 놓지 못하는 고향이여

2.

네 예쁜 얼굴 어디 갔느냐고, 오랜만에 와서 그냥 가냐고

고향은 내게서 예쁘던 그날의 옥공주를 찾지 못해 해석

타 한다

깨꽃같이 청순한 소녀를 중년의 여인으로 만들어 버린

무정한 세월이여,

너는 내 고향에도 속절없이 다녀갔구나

청솔처럼 푸르던 동네 아저씨, 구절초 같은 동네 아줌마

들 어디가고, 서리 맞은 백발의 갈대만 서걱인다

애잔한 눈시울 자꾸 하늘가에 능소화로 피어난다

그래도 좋아라

울 부모님 사시던 내 유년의 그 집, 대문 앞 청청하던 그

감나무 고목이 되어도

자갈길 흙길이 시멘트 길이 되어도 변할 줄 모르는 인정

이, 사랑이 홍수로 밀려온다

울 아버지 즐겨 읊으시던 청산리 벽계수는 수이 가서

그날의 옥 공주는 찾을 수 없어도

인심도 인정도, 사랑도 그대로 거기에 있었다. 내 고향

그 곳에

포근한 어머니 젖가슴 인 듯 탯줄인 듯

등 뒤에서도 그립다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코로나로 모두들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는 이

즈음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계시거든 추석에는 꼭 찾아뵈라고 권하고 싶다

각박한 세파에 시달리던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줄 그 고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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