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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ㆍ`시의적절` 가훈이라도 내걸어야
`역지사지`ㆍ`시의적절` 가훈이라도 내걸어야
  • 제정구
  • 승인 2021.09.1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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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구 거제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위
제정구 거제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위

최근 해군 일병, 성폭행 당한 부사관의 극단적 선택 소식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더 짓누르는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함께 가해진 상급자의 폭언은 극단적인 선택의 촉매제가 된 것으로 나타나 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나쁜 말 한마디로 생긴 생채기는 여러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준다. 대신 좋은 말 한마디는 누군가의 인생과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고등학교 친구 A는 학교까지 30분 거리를 버스 통학을 했는데 당시 부모의 불성실로 인해 버스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둘 처지에 놓였다. 용기를 북돋게 해주는 말 한마디와 매일 버스비 천원을 쥐여 주시는 담임 선생님의 사랑으로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최근 90t급 꽃게잡이 선박을 건조하여 서해를 누비는 선주가 되었다. B의 인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로 결정되었다.

그분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B에게 아나운서가 체질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말 한마디로 가능하면 바르고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마침내 아나운서의 꿈을 이뤘다. 그런가 하면 언젠가 B의 강의를 들은 생물학 전공의 한 대학생이 찾아와 커뮤니케이션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학생은 단 한 번의 강의를 듣고 인생의 진로를 바꾼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군가의 용기를 주는 한 마디 때문에 인생을 바꿨다는 얘기는 셀 수 없을 만큼 널렸다. 지금 우리가 하는 말이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폭력을 행사하고도 행해지는 말의 향연으로 포장된 2차, 3차 가해는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고 그 결과는 계속 극한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이 와중에 이번에는 대학교수까지 문제의 대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말 망할 징조다. 자신의 메모장을 확인하며 성관계할 날짜를 조율하려고 했다니 만약 이일이 사실이라면 그 부모ㆍ형제, 친지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당사자는 평생을 몸서리치며 살아야 할 텐데,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어느 설문조사에서 직장 내 인간관계를 헤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막말` 49%,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영향력 54.9%로 나왔다는 것이다. 막말과 욕설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 시의적절(時宜適切) 가훈이라도 내걸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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