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28 (목)
산이 높아야 비바람 일고 못이 깊어야 교룡이 산다
산이 높아야 비바람 일고 못이 깊어야 교룡이 산다
  • 허성원
  • 승인 2021.09.14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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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의 여 시 아 해(如是我解)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최고의 혁신가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뜬 지 10년이 되었다. 그가 창업한 애플은 우리나라의 1년 GDP를 능가하는 시가총액 2조 달러의 세계 1위 기업이 되어 있다. 잡스의 혁신 유산은 인류의 삶을 깊이 바꾸어 놓았고, 그의 통찰적인 금언들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고 있다. 특히 그의 `점 잇기`(connecting the dots) 철학은 널리 회자된다.

그는 스탠포드대의 졸업식 연설에서 `점 잇기`에 비유하여 자신의 인생을 말하였다.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점`들이 서로 연결되어 그의 삶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중에는 창업, 기회, 인연 등과 같은 긍정적인 `점`이 있는가 하면, 대학에 낙방하거나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해고되는 등 부정적인 `점`도 적지 않았다. 그런 좋고 나쁜 경험과 그 과정에 얻은 지식으로 이루어진 `점`들이 훗날 그의 큰 성공 그림을 완성시키는 귀한 소재가 된 것이다. "점들을 앞을 내다보며 연결할 수는 없다. 뒤를 돌아보며 연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점들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야 하고, 여러분의 배짱, 운명, 인생, 인연 등 무엇이든 믿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고 `점`을 미리 준비하여 연결해둘 수는 없지만, 자신의 운명을 믿고 매 순간 삶의 흔적들인 `점`을 충실히 모으고 쌓다 보면 언젠가 그들이 연결된 멋진 인생을 그리게 될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잡스는 또 `창의력이란 그저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이라 하였다. 여기에서 사물들은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 즉 `점`을 가리킨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냈는지 물으면 그들은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들은 그저 무언가를 보았을 뿐 실질적으로 이루어낸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했던 경험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조합해낸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서로 연결할 충분한 `점`들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은 폭넓은 시야로 문제를 보지 못하고 매우 선형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잡스에게 있어 인생과 창의력은 모두 `점 잇기`이다. 어떤 점을 어떻게 연결하였는가가 삶의 모습이나 창의력의 성과를 결정한다. 세상의 어떤 삶, 기술, 철학도 희박한 진공이나 척박한 토양에서는 생겨나지 못한다. 그러니 우선은 `풍부한 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위대한 리더들은 예외 없이 대단한 독서가였다. 점들이 준비되었다면 이들을 연결하여야 한다. 연결된 점들이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는 각자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 그래서 `점 잇기` 철학의 실천은 `풍부한 점`과 `독창적인 연결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풍부한 점`은 호기심의 크기에 따른다. 호기심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하는 용기로서, 인생과 창의력의 출발점이자 필수요소이다. 호기심은 자신을 부단히 새로운 경험, 환경, 정보, 사람, 사색에 노출시켜 경험과 지식의 `점`을 모으거나 새로이 창출하게 한다. `점`은 지식, 통찰력, 정보, 영감 등의 형태로 우리 머릿속에 흩어져 있다가, 상상력 공장에 원료로서 공급된다. 점의 양은 그들의 조합이 만들어질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결정한다.

`점`의 연결은 상상력과 통찰력이 담당한다. 호기심으로 인해 내디딘 미지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그 능력이다. 그것은 흩어져있는 `점`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 패턴을 찾아내고, 그들을 어떤 그림, 어떤 방식으로 연결, 확장, 병합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축적할 수 있는 `점`의 양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한정된 수의 점들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독창적인 새로운 것을 무한히 창조할 수 있다.

`흙을 쌓아 산을 이루면 비바람이 일고, 물을 모아 못을 이루면 교룡이 생겨난다`(積土成山 風雨興焉 積水成淵 蛟龍生焉). 순자(荀子)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말이다. 흙먼지를 모아 산을 쌓고 물방울을 모아 못을 깊게 하는 것은 잡스의 `점`을 모으는 일이다. 점이 모여 산처럼 쌓이고 못이 깊어지면, 그곳에서 상상과 통찰이 거센 비바람이나 영험한 교룡처럼 나타나 변화의 파도를 휘몰아칠 것이다. 산을 높이고 못을 깊게 하라. 그리하여 그대 삶과 이 세상에 비바람과 교룡이 일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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