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17 (금)
호떡 그리고 바지락
호떡 그리고 바지락
  • 황정현
  • 승인 2021.09.12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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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현 시인
황정현 시인

 

 

 

길모퉁이 유리집

대문도 없는 단칸방

어디로 들어갈지 모르지만

주황색 포장마차 하나 있어

고소함이 코를 자극하고

반가움에 들춘 포장 안엔

달콤한 호떡보다 반가운

미소 짓는 우리 엄마

어둠이 내려앉으면

희미한 양철 카바이드 불빛아래

맛있게도 호떡을 구우셨지

늦은 밤 동네 어귀에

마차를 고이 두고

팔다 남은 호떡으로 배고픔을 달래시네

이른 새벽 환한 불빛에

감은 눈 살며시 떠보니

왼손에 바지락 움켜쥐고

꾸버꾸벅 조시는 우리 엄마

잠은 좀 주무신 건가?

엄마! 엄마!

깨우는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 힘겹게 뜨시고

커피를 국사발채로 들이키시네

난 호떡을 즐기지 않아

엄마의 힘겨움이 떠올라서

시장 안 바지락 까는 여인을 보노라면

그 옛날 엄마가 눈 앞에 아른거린다

시인 약력

- 월간 문학세계 등단(2018)

- 문학세계문인회 회원

- 김해文詩문학회 회원

- 공저: 「가슴으로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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