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빛
청명한 가을빛
  • 법안 스님
  • 승인 2021.09.09 2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리지 같은 상의상존 수행 깨달음

코로나19 잘 대처로 선진국가 도약

밝음은 맑음 속 지혜의 활동 가리켜

맑은 자비의 보름달 이웃과 나눠야
법안 스님 성주사 주지
법안 스님 성주사 주지

여름 늦장마가 변화무쌍한 날씨를 연출한다. 가을의 전령 귀뚜라미의 떼창이 참 정겹다. 같은 음질에 다양한 음조가 마치 하나의 악기로 합주하는 것 같다. 여름날의 매미와 개구리의 합창은 우렁찬 고음의 떼창인데 귀뚜라미의 합창은 가늘고 날카로운 미음의 떼창이다. 서재 창문 앞에 앉아 턱에 손을 괴고 귀를 세워 듣고 있노라면 마치 삼매에 빠져드는 듯 즐겁고 재미있다. 고적한 산사에 살며 계절의 손 바뀜을 이토록 느낄 수 있음은 삶의 축복이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 어떤 존재도 영원함이 없고, 서로 이어진 연리지 같은 상의상존의 존재라는 사실은 수행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제 저 앞에 빛이 보여 머지않아 터널을 벗어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모두들 고생 많았고 애를 썼다. 서로가 하나의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서로에게 감사하고 격려받을 일이다. 코로나에 비춰진 지구촌의 많은 국가와 국민들의 삶은 다양했다. 그 대처와 해결의 방법 또한 각 국가의 국민 정서와 정치사회문화의 풍토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한국사회는 이 코로나의 고정(苦程)에서 국민들의 잠재적 힘과 결집된 공동체 의식으로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뛰어난 의료기술체계와 의료진의 헌신, 빠르고 정교한 행정시스템과 거기에 질서 있게 적응하는 국민의 공공의식은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나`라는 경계(한계)를 넘어 `너`를 대할 때, 그 `너`는 대상이 아닌 `또 다른 나`가 된다. 청명하다는 것은 맑고 밝다는 뜻이다. 맑다는 것은 무거움이 점점 가벼워져 그 가벼움마저 느낄 수 없음이 될 때 비로소 맑음이 된다. 맑음은 고요함과 깨끗함을 말함이며 곧 비움이다.

선정(禪定)을 통해 그침이 될 때 맑음을 느낄 수 있다. 밝음은 맑음 속에서 일어나는 지혜의 활동을 가리킨다. 맑음은 공성(空性)을 말하고 밝음은 반야 즉 지혜를 가리킨다. 모든 선지식은 이 반야 지혜를 의지해 사물을 통찰적으로 본다. 이것을 여리실견(如理實見),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 한다.

나와 너(사회)의 한계를 넘어 완전한 열림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을 보살의 삶-가장 아름다운 삶이라 한다.

전인적 인간의 완성, 깨달음은 마음의 완전한 열림을 말한다. 붓다는 완전한 열림의 존재이다. 나 자신이 10% 열렸을 때 나의 삶은 10% 존재한다. 나머지 90%는 닫힘이며 그 닫힘은 업생의 삶이다. 나와 마주하고 있는 사회도 같은 이치이다. 열림이 `나`로부터 나옴은 `자생`(自生)이요, `타`(사회)로부터 나옴은 `공생(共生)`이다. 나와 타의 경계가 둘이 아니기에 서로가 서로의 열림의 주체가 되기도 하고, 객체가 되기도 한다. 나의 마음이 청정하면 세상이 청정해지고, 사회가 청정하면 나 또한 청정해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코로나로 겪고 있는 현상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무상과 무아, 공을 크게 일깨워 준다. 무성했던 나뭇잎이 하나둘 지기 시작해 마지막 나목만 남는 모습은 마치 치열한 구도를 통해 모든 망념이 다 떨어져 나가 무심의 세계에 도달한 구도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 무심의 세계에서 나오는 신선한 동체심의 지혜가 자비로 드러날 때 가을빛이 된다.

그 빛은 모든 존재에게 막힘 없이 깊이깊이 스며든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닫혀 있기에 느낄 수 없을 뿐이다. 귀뚜라미의 떼창은 가을빛의 편린이다. 열린 마음으로 청명한 가을빛을 마음껏 느껴보길 바란다. 우리들의 삶은 항상 모든 존재에게 열려 있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하면 세상 모든 존재가 부처다.

우리들이야 말로 바로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이다. 얼마남지 않은 추석 명절 충만 된 자비의 상징인 보름달과 같이 맑고 밝음을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나누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