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1:42 (목)
노점상의 그 할머니
노점상의 그 할머니
  • 문인선
  • 승인 2021.09.09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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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선 시인
문인선 시인

 

 

 

아파트 입구 골목길

노점상의 할머니

두 달 전도 한 달 전도

회색바지 노랑바지 파랑바지

바지만 여섯장

햇살 좋은 그늘에 나와 앉아

삼십년 전쯤엔 나도 인기 있었다고

눈을 깜빡거려 보지만

아무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한다

고개를 늘어뜨린 할머니의 허리만

날마다 날마다 활처럼 굽어간다

장롱 속에 갇혀 있던 옷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냥

저들을 데리고 나온 걸까

저것들이

숟가락에 담길 할머니의 밥이어야 하는 걸까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내 마음이 서성댄다

자꾸 그 할머니가

내 뇌리를 붙들고 따라오고 있다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함에 따라 소외계층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어서 이 국면을 벗어나야 할 것인데 걱정이다. 지금이 더욱 이웃에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이 가을에는 모든 이들의 가슴이 좀 더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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