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외로움 문제 해결할 수 없나
우리 사회 외로움 문제 해결할 수 없나
  • 황원식 사회부기자
  • 승인 2021.09.0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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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기자
황원식 사회부기자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인간관계를 하지 않는 주인공과 고독사 한 옆집 남자를 비추면서 1인 가구의 외로움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영화에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주인공과 달리 콜센터로 전화 온 정신이상자의 말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신입사원이 나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며 기뻐했던 2002년도에 가겠다는 말에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여운이 남았다. 감독은 이 영화가 각박해진 사회에 던지는 작은 위로라고 한다. 하지만 아쉬웠던 부분은 영화라는 매체가 대부분 그렇듯이, 현재 사회 문제를 진단할 뿐 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6년에 이미 30%가 넘어섰다. 노년기뿐만 아니라 청년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자살사망도 올라가는 경향을 보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5개년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가 36.1%로 경제문제 19.5%보다 훨씬 높았다. 외로움을 위시한 현대사회의 정서적 문제들은 왜 나타나는 걸까.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자본주의는 우리가 이웃과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는 쪽을 더 좋아할지 모른다. 혹시 이웃 때문에 사무실에 출근하는 시간이 늦어질 수도 있고, 또는 온라인으로 어떤 물건을 사려다가 단념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분절성을 원하는 자본주의는 우리를 계속해서 외로움의 늪으로 이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SNS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역 기반 인터넷 카페에서는 손쉽게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친분을 맺을 수도 있다. 또 최근 당근마켓 등 앱에서 동네인증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자 지역 사람들 간 거리감이 줄어든 모습도 보인다. 한 TV방송에는 당근마켓을 통해 주식모임은 물론, 같이 밥을 먹거나 자전거 가르쳐줄 사람을 찾는 장면도 나왔다. 네이버 또한 이웃서비스를 추가해 지역단위의 정보만 묶어서 제공함으로써 지역 접근성을 더 높였다. 그럼에도 지역기반 커뮤니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된다. 인터넷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과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는 소극적인 사람들도 많다.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같이 밥 먹을 사람을 구하거나, 공부할 사람을 구하는 메시지가 올라오곤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의 만남에 엄청난 용기를 내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은 같은 저서에서 이웃 간 친밀함의 이유에 대해 말한 부분이 있다. 그는 `시골에서 이웃끼리 더 친숙한 것은 그들이 익숙한 대화 상대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건초를 베어들이거나 학교 지붕을 얹는 등 공동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공동 작업이 없기에 국가에서 인위적으로 그것을 만들지 않는 이상 정서적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선 안 될 생각 같기도 하지만 시민들에게 월드컵 4강 진출과 같은 이벤트가 없다면, 지자체가 나서 `불참 시 약간의 벌금이 있는` 동네 체육대회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도 있다고 여긴 것은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의 페르페투움 모빌레(Pertetuum mobile) 이론 때문이다. 본래 페르페투움 모빌레는 스스로 외부로부터 추가적인 동력 없이 영원이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일컫는다. 이것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지만 사회에서는 실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욕구, 결속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국가가 사람들의 자유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람들이 결속할 수 있는 제도를 심어주면 그것을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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