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8:40 (목)
내전 치닫는 아프간 사태 남의 일 아니다
내전 치닫는 아프간 사태 남의 일 아니다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9.0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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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최근의 세계사를 보면 먹먹하다. 미얀마 사태와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등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과연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을까? 하는 자문에 선뜻 자답이 어렵다. 사상과 이념의 어두운 면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2년 전 11월 캄보디아 여행에서 목격한 전쟁, 특히 내전의 참혹한 현장은 극도의 공포가 됐다. 학살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에서 학살의 증거들을 보면서 전쟁, 특히 내전의 참혹함에 몸서리쳤다. 우리 역시 한국전쟁(군인 25만 명, 민간인 1000만여 명 사망)으로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국민으로 `킬링필드`의 참혹한 역사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다. 당시 캄보디아 내전(1975년~)은 최대 200만 명 정도 희생됐다고 한다. 당시 크메르 루즈에 의한 사망자 수는 170만 명에서 250만 명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610만 명이 희생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지옥 같은 세상은 1979년 베트남이 침공하면서 민주 캄푸치아는 종말을 고했다.

2019년 10월에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는 대량 학살이 자행된 캄보디아에서 살아남은 어머니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말할 수 없는`(The Taste of Secrets. 2019년)이 상영됐다. 이 다큐는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인 감독 `기욤 수은`(Guillaume suon)이 만든 영화다. 감독은 어린 시절 그 참혹한 학살 현장 목격 등 경험을 말하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학살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영상증언을 담아냈다. 내전 당시 소녀였던 어머니는 시체를 나르는 일을 했다고 한다.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였을 것이다. 캄보디아 내전과 학살의 참혹함 알린 대표적 영화는 1984년 나온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다. 킬링필드는 민주 캄푸치아 시기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즈가 4년간의 내전 중 자행한 학살로 시체들을 한꺼번에 묻은 집단 매장지이다. 현재까지 2만 개 이상의 킬링필드가 발견되고 발굴됐다.

다큐 `말할 수 없는`을 감상한 지 한 달도 안 돼 학살의 현장인 캄보디아 `킬링필드` 방문은 전쟁, 특히 참혹한 내전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전쟁임을 일깨워줬다. 미얀마 사태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로 빚고 있는 내전 조짐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 역시 노예제 폐지 명목으로 벌어진 남북전쟁(1861~1865년)으로 남ㆍ북군 61만여 명이 희생됐다.

내전은 그 어떤 전쟁보다 명분이 없는 잔인한 전쟁이다. 정치꾼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국민을 내전에 내모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미군의 갑작스러운 한밤중 철수로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은 혼돈과 혼란,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언젠가는 남ㆍ북한이 통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국민화합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우리는 각 정파의 극단적인 설전과 비타협 모습과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정파 간, 국민 간 반목이 이 정도인데 통일이 되면 어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먹먹하다. 중국 궁중 암투극 `대명풍화`의 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왕족 간 권력찬탈 전쟁 목전에서 황제는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이라며 전쟁 포기로 정변 세력을 무력화시킨 장면과 영화 `모가디슈`에서 남북한 외교관이 동포애로 힘을 합쳐 탈출하는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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