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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보게 될까
3번째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보게 될까
  • 김은일
  • 승인 2021.09.07 2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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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헌법 제76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에서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발할 수 있는 법률의 효력을 지니는 명령이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은 요건도 까다롭고 국회 운영이 어려울 정도의 비상상황이 잘 없기 때문에 우리 헌정사상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행사한 것은 딱 두 번이고 최근의 것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한 1993년의 금융실명제일 정도로 거의 행사되지 않았다. 이런 긴급재정명령을 언급하는 이유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통해 `강성귀족노조`를 손보겠다는 발언을 듣고 서다.

누가 필자에게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없애야 할 단 하나를 말하라면 주저 없이 `민노총`이라고 대답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남미의 여러 국가들, 수백 년간 세계 최강의 제국으로 군림하다가 IMF구제금융을 받는 지경까지 몰락했던 1980년대의 영국 등 번성하다가 몰락의 길을 간 국가들의 이면을 보면 예외 없이 노조의 외피를 쓴 극좌 공산주의 세력이 그 근본 원인이었다. 이들이 노조의 외피를 쓰는 이유는 어느 국가든 산업화 초기에는 근로자가 어느 정도 희생할 수밖에 없어 사회가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게 되는데, 이 때문에 노조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국민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산주의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극좌 공산주의자들은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노조에 침투하여 대다수 성실하고 순박한 근로자들을 속이며 노조를 자신들의 이념 욕망을 실현하는 전진기지로 삼는다.

노조를 숙주로 삼아 힘을 기른 뒤 무차별적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손에 넣은 좌파들의 놀이터가 된 남미 국가들은 극심한 빈부격차에 대다수 국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이웃나라에 몸을 파는 신세가 되었지만, 영국은 마가렛 대처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통해 이를 극복해냈다. 대처 수상은 극좌 공산주의자들이 지배한 강성노조를 개조하지 않고서는 영국의 미래가 없다는 신념 하에 `정부도 바꿀 수 있다`며 오만을 떨던 거대 노조인 `석탄노조`와 치열한 대결을 벌여 결국 이들을 굴복시키고 영국병을 치유해냈다. 대처가 무슨 도깨비방망이를 가져서 이 일을 해낸 것이 아니다. 대처는 그저 원칙을 고수했고 원래부터 있던 힘을 사용했을 뿐이다. 자유민주국가에서 공산주의는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과 민주정부가 가진 가장 큰 힘인 `법` 말이다. 반면 원칙을 알고도 지키지 못하고 법을 갖고도 쓰지 않는 나라는 하나님도 도울 수 없다.

우리나라를 보자. 강성 노조로 인해 수많은 제조 기업이 해외로 나간 것은 물론이고 노조원이라면 무능해도 고임금과 종신고용을 보장받고 고용세습까지 하면서 노동시장을 독점한 결과, 아무리 유능해도 취업을 할 수 없는 청년들이 쌓여가고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것도 모자라 현 정권 들어서는 민노총이 국가의 중요 정책까지 좌지우지하고 아예 사회주의로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기염을 토하는 상황까지 왔고. 베네수엘라 차베스, 아르헨티나 페론 못지않은 저질 포퓰리스트가 여권 대통령 후보 1위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현상만 보아서는 그 시절의 남미 국가들과 너무 비슷하다.

최근 발생한 아이 셋을 둔 40대 가장인 택배대리점주 자살사건은 과도하게 강해지고 거대해진 노조가 산업 영역에서의 경제왜곡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개인의 생존영역까지 무너뜨리는 지경에 왔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분노하고 무력감을 느꼈으면 아이 셋을 두고 자살을 하면서까지 민노총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려 했을까. 이 분노가 전태일보다 약할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극에도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 중 아무도 여기에 대해 말을 하는 이가 없다. 민노총이 두려워서 싸울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대처 수상은 "욕을 먹더라도 원칙과 이념을 걸고 싸울 줄 아는 직업인이 정치인이다"이라고 했다. 이해와 타산을 기준 삼을 거라면 정치를 하지 말고 사업을 하고 장사를 하는 것이 맞다. 원칙을 위해 싸울 줄 아는 사람에게 정치인의 자리를 양보하기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 중 강성노조에 대해 강경한 전선을 펴는 정치인은 홍준표 의원이 거의 유일하다. 나라의 암 덩어리가 버젓이 자라고 있는데, 이걸 없애려는 유력 정치인이 한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지만 그래서일까, 2030 소위 MZ세대에서 지지율 1위 정치인이 홍준표 의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비난을 무릅쓰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용기와 선명한 소신을 2030 청년들이 높이 평가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변화는 젊은이들로부터 온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변화가 노동개혁을 위한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행사하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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