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1:28 (토)
볼 것(視) 인가 살필 것(觀) 인가 헤아릴 것(察) 인가
볼 것(視) 인가 살필 것(觀) 인가 헤아릴 것(察) 인가
  • 허성원
  • 승인 2021.09.07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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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의 여 시 아 해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왓슨, 자네는 언제나 보기만 하고 관찰은 하지 않는군."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 셜록 홈즈가 그의 친구 왓슨에게 한 말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분석하려 노력하라는 지적이다.

공자께서는 인물을 평가할 때 `그 행하는 바를 보고, 그 까닭을 살피며, 좋아하는 바를 헤아려보라`(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_ 論語 爲政編)고 하셨다.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고, 그 행동을 하게 된 연유를 살핀 후, 그가 좋아하거나 편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 문장에서는 `시`(視), `관`(觀) 및 `찰`(察)이라는 세 가지 한자가 쓰이고 있다. 이 세 글자는 모두 `보다`라는 공통의 뜻이 있지만, 미묘하게 그 쓰임이 다르다. 위 말씀을 가지고 그 차이를 새겨보면 `시`(視)는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이니, 단순히 눈을 통해 물리적으로 보는 `목격하다`(see)라는 의미이고, `관`(觀)은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므로, 본 것을 분석하여 파악하는 즉 `관찰하다`(observe)의 의미이다. 그리고 `찰`(察)은 상대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것이니, 보이지 않는 관념이나 정서를 `마음으로 이해하거나 헤아리다`(understand, read)의 뜻으로 쓰였다.

즉 `시`(視)가 즉물적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라면, `관`(觀)은 차가운 머리로 분석하여, `찰`(察)은 따뜻한 가슴으로 헤아려 보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고 다시 돌아보면, 사람을 평가할 때 행동의 겉모습은 눈으로 보더라도, 머리로는 그 까닭을 이해하려 애쓰고, 가슴으로는 그 속뜻을 깊이 헤아려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씀이 아닌가. 그 높은 가르침에 머리가 숙여진다.

이 가르침은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이나 리더십, 심지어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세상만사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 어떤 사안이 있다고 하자. 지금 돌아가는 현상을 보고(視其所以), 그 까닭을 살핀 다음(觀其所由), 불편 없이 편안히 지속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헤아려본다(察其所安). 그러면 거의 최적의 해결책이 도출될 것이다. 발명 등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위대한 발명은 모두 그 발명자의 독특한 시(視), 관(觀) 혹은 찰(察)의 결과이다. 어느 관점에 더 치우쳤는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느리다는 불평을 해결하려 한다. 어떤 이는 당장 고속의 모터를 구입하여 교체하려 할 것이다. 이는 가장 손쉬운 감각적이고도 즉물적인 방법으로서 `시`(視)의 경지의 해결책이다. 다른 이는 고층용과 저층용으로 구분하여 운행하려 한다. 주행 시간이 긴 고층용이 저층 영역을 건너뛰어 운행하게 되므로 절대 승강 시간이 단축되어 효율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이 분석적 해결책은 `관`(觀)의 경지라 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엘리베이터 기업인 오티스는 매우 경제적인 방법을 채택하였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벽면에 간단히 거울을 부착한 것이다.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오티스는 이용자가 느끼는 저속감이 공간의 폐쇄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 해소방법으로서 거울을 선택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거울을 보며 폐쇄감 및 그로 인한 저속감을 완화하거나 잊을 수 있다. 이처럼 이용자의 내면적 욕구를 정확히 헤아린 이 아이디어는 인간의 가슴에 호소하는 `찰`(察)의 경지의 해결책이다.

동일한 사물이나 현상도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시(視)의 관점에서 본 엘리베이터는 그저 기계에 불과하다.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기계 성능을 높여 해결하려 든다. 관(觀)의 단계에서의 엘리베이터는 수송 수단이다. 수송의 경제성과 효율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 `찰`(察)의 경지에서 본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의 정서적 상황을 고려하여, 그 불편을 해소하거나 달리 전환시키고자 하는 해결책을 도모한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 대상에 대한 정의와 문제 해결의 방향이 달라진다. 세상만사가 시각의 종속변수라 할 것이다. 그러니 시각이 곧 실력이고 경쟁력이다. 세상일을 눈으로 볼(視) 것인가, 머리로 살필(觀) 것인가, 혹은 가슴으로 헤아릴(察)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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