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라이프가 보편화된 세상
싱글 라이프가 보편화된 세상
  • 이광수
  • 승인 2021.09.0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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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의 결혼건수는 21만 3502건으로 10년 전의 32만 6104건에 비해 11만 건이나 줄었다. 이에 합계출산율도 0.84명으로 OECD 37개국 중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결혼도 미뤄져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 0.84명은 OECD 평균출산율 1.61명의 50%로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출산율을 집계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인구절벽을 실감케 한다. 이는 여성의 평균 출산율이 14%나 급감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격세지감이 든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몇 백만 원의 출산격려금을 주어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신통한 효과가 없는지 아기울음소리가 그친 농촌은 늙은이들만 모여 산다.

이제 본격적인 저 출산시대를 맞은 한국은 2030세대의 N포 자탄 속에 독거세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혼자 사는 싱글세대도 그 형태가 다양해졌다. 아직 사정상 결혼 못한 미결싱글(미싱)에서, 부부 한쪽이 먼저 떠난 사별싱글(사싱), 이혼이나 별거로 나 홀로 돼 돌아온 싱글(돌싱), 황혼이혼으로 남남이 된 황혼싱글(황싱), 법적인 결혼관계만 유지한 채 따로 사는 졸혼싱글(졸싱), 아예 결혼포기를 선언한 비혼싱글(비싱)등 바야흐로 홀로살기 전성시대를 맞은 느낌이 든다. 이미 서구에서는 혼자 사는 독거세대가 50%를 넘었다. 우리나라도 30%를 넘어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추계에 의하면 10년 안에 한국도 40%대에 이를 거라고 전망한다.

왜 다들 싱글을 고집하는 걸까. 독거를 주장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인생 자체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겠다는 비혼 족은 `무자식 상팔자`를 고수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같은 부류다. 주로 전문직 고소득 종사자들이 주류다. 욜로족을 자처하며 번만큼 쓰고 즐기면서 살겠다는 슈퍼골드미스와 화이어족들이 많으며 연애지상주의자들이다. 사별하거나 이혼한 사람들은 한번 실패한 결혼이니 더 이상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재혼을 꺼리고 싱글을 고집한다. 딸린 자녀도 대개 여자 쪽이 양육한다. TV에도 출연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싱글 맘의 당당함을 과시한다.

한편, 몇 몇 연예인들의 졸혼 선언에 등달아 20~30년 동안 이어온 긴 결혼생활과 결별하고 50~60대에 황혼이혼 하는 중ㆍ노년커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통계청의 혼인ㆍ이혼통계에 의하면 60세 이상에서 이혼한 사람만 3만 2000명이다. 이는 남녀평등의 실현으로 여성들도 연금생활로 노후를 여유롭게 살만큼 경제력을 갖췄다는 증거다. 물론 고령층의 일자리 구하기도 여성이 유리하다. 이제 골 때리는 삼식이 꼰대남편 뒤치다꺼리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다. 지금까지 남편에게 얽매여 살아온 삶에서 해방되어 우먼파워 자유부인으로 살겠다는 것이다.

황혼이혼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30 세대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기피하는 현상이다. 그 원인은 수도권 인구과밀화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하지 못한 정부실패에 있다고 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가격상승으로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못함으로써 2030세대의 결혼기피현상은 초저출산문제로 직결되었다. 26회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아파트가격은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인다. 이제 금 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한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은 언감생심 희망고문일 뿐이다. N포 세대라는 자조적인 조어는 출구 없는 암울한 현실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의 단말마이다.

지난 3월 통계청에서 15~39세까지 1만 101명을 대상으로 `결혼을 망설이거나 하지 않는 이유`를 설문조사한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설문조사 결과 특이한 점은 남자의 경우 가족부양 부담과 집 혼수 등 결혼비용 부담이 높은 반면, 여자의 경우 전통적 가족문화와 가족관계 부담이 높았다(고부관계). 남녀 모두 공통적인 현상은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으며,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의 추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바로 싱글로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부모의 이혼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자녀들도 자신들의 결혼과 행복의 가치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결혼해보아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아보아라 역시 후회할 것이다`는 애매모호한 말이 있지만, 어차피 다들 하는 결혼이니 한번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필자의 지인들 중 실버싱글로 사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가끔 옆구리가 시리긴 해도 그런대로 재미있게 산다고 한다. 이제 싱글 라이프가 보편화된 세상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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