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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산뜻한 출발’
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산뜻한 출발’
  • 이종근 기자
  • 승인 2021.09.01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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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출범식에서 인사말하는 허성무 시장.
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출범식에서 인사말하는 허성무 시장.

시행 첫날 승객 대부분 반색

급정차ㆍ출발 줄고 친절 뚜렷

일부 기사 “부담 늘어” 반발

1일부터 시행된 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확연하게 시민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과 마산합포구 덕동 차고지에서 오전 5시 반부터 각 출발을 시작한 창원 시내버스는 겉보기에는 여느 때 모습 그대로였다. 그 흔한 홍보용 버스 외부 현수막을 부착한 차량 한 대 찾아볼 수 없었고, 간선 도로 주변 역시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행을 알리는 시책이나 구호도 내걸려있지 않았다.

버스 뒤를 따라가봤다. 덕동차고지와 마산대학을 운행하는 대운교통 258번 시내버스. 버스는 첫 정류장에 다다를 때부터 이전과 많이 달랐다. 주행속도를 높이지 않고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한 차례도 급정거나 급출발을 하지 않았다.

궂은 날씨였지만 혼잡한 시내를 달릴 때도 마찬가지. 깜빡이 등을 켜고 안전모드로 정류장을 오갔다. 비좁은 2차선 도로를 달릴 때도 옆 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않고 버스 정차선을 정확히 지키며 섰다가 출발했다. 이전 같았으면 갈지자로 어정쩡하게 차를 세웠다 승객이 타고 내리기 무섭게 내달릴 때와는 한참 비교가 됐다.

창원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작한 1일 창원 성주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창원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작한 1일 창원 성주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매일 아침 마산 어시장에서 100번 버스를 갈아타는 김순애 씨(63)는 “출근 시간인데도 오늘따라 시내버스가 얌전히 운전해 너무 편했다”며 “버스 기사의 표정도 무척 밝아 아침부터 좋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창원 시내버스에서 이제 더 이상 난폭운전이나 무리한 앞지르기 등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를 254번 시내버스 기사 강호찬 씨(53)에게 들어봤다.

강씨는 “이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안전운행을 우선시하게 됐다”며 “전에는 운행시간을 맞추려다보니 한 달에 2~3번은 교통법규 단속에 걸려 범칙금 내고 그냥 넘어갔지만 이젠 1년에 3번 이상 단속되면 삼진아웃제에 걸려 회사로부터 쫓겨나게 된다”고 했다. 준공영제가 노선 전담과 정시 도착, 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내건 때문이다.

실질적인 이유는 버스업계와 시가 지난 3년간 머리를 맞대고 고질적인 버스회사 경영 안정화와 함께 기사들에 대한 안정적 처우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합의한 결과일 것이다.

이번 공영제 실시로 기사들은 임금 소폭 인상에 그치더라도 고용불안이 없고, 업체 측의 퇴직금 미적립 해소, 정년 2년 연장 등 큰 보따리를 선물로 받았다.

대운교통 박찬종 씨(61)는 “지금처럼 운행하면 종전보다 도착지까지 5분가량 시간이 더 소요돼 휴식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며 “준공영제에 따른 혜택을 무시할 수 없어 감수할 따름이다”고 했다.

이와 달리 준공영제로 인해 종전보다 부담이 늘었다며 반발하는 버스 기사도 상당수 있다. 이들은 공영제 출범식이 열린 지난달 31일에도 성주 공영차고지 바깥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창원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안착을 위해 내년에 전반적인 운행노선 전면 개편 등에 나설 계획이나 노사정이 함께 상생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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