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8:46 (토)
스님의 조언과 아버지의 실천
스님의 조언과 아버지의 실천
  • 영묵 스님
  • 승인 2021.09.01 22: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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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묵 스님 사회복지학 박사
영묵 스님 사회복지학 박사

어느 날 스님이 먼 길을 나섰다. 어둑어둑 해는 지고 배는 고파오고 다행히 제법 괜찮은 집에 굴뚝에서 연기도 피어올라 오늘은 이곳에서 사정을 구하고 하루 여식을 청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성품도 고결하고 학식도 있는 선비라 흔쾌히 승낙을 해 배부르게 하루를 보내게 되었는데 이 선비와 담소를 나누다 보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주색에 빠져 아주 무질서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너무 귀하게 얻은 자식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감싸고 도는 탓에 집안의 문제 거리라 걱정이 많았다.

스님은 한마디 조언을 하였으나 방법이 없다고 손사래까지 치며 걱정을 한다. 다시 한번 스님은 "그럼 매를 들지도 않고 아들의 고약한 버릇을 고칠 방법이 있는데 한번 해 보시지요?"하고 물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지요" 스님과 선비는 서로가 말을 맞춘 후 아들이 어슬렁어슬렁 해 질 무렵 외출 준비를 하려고 할 때쯤 선비는 아들을 불러 정중하게 넉넉하게 돈을 주며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기죽지 말고 술값도 내고 계산도 하도록 해라"하면서 깍듯하게 전한다.

어안이 벙벙한 아들은 의아하면서도 별다른 생각 없이 집을 나섰다. 흥청망청 실컷 놀다 새벽에서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니 정중하게 의관을 갖춘 아버지가 얼른 아들 앞을 다가가 허리를 수그리며 "어서 오십시오."하고 인사를 건넨다.

얼떨결에 아버지의 인사를 받은 아들은 술이 확 깼다. "아버지, 왜 이러십니까?" 아버지는 여전히 자세를 다소곳한 모습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무릇 자식이 아비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내 집안의 사람이라 할 수 없는 법입니다. 따라서 자식이 아니라 내 집에 온 손님이나 진배없으니 내 집에 오시는 손님은 정중하게 모시는 것이 법도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법도이오니 저는 아들을 맞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일이 있고 난 후 아들은 각성하고 술과 주색을 멀리하면서 학문에 매진하여 후일 가문을 이어 갔다고 한다. 아무리 못된 자식이라도 어른이 먼저 고개를 수그리면 이를 내칠 망나니는 없을 것이다. 때론 매보다 따뜻한 애정을 내세워야 한다.

자식을 키우더라도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 물질 만능이 아무리 세상을 앞질러 간다 해도 그 집안의 가풍이 있을 것이요, 가훈이 있을 것이다. 조기에 차근차근 모든 것을 가르치며 교육기관에 모든 교육을 맡긴다고 하나 집안에서의 어른들의 몸가짐 말투 하나하나가 성장하는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흔히들 어쩌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부모를 똑 닮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가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무의식중에 하는 나의 행동이 자라나는 자식에게는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것이 돈으로 다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유치원을 보내고 학교에 보냈다고 내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인 것이다. 가정에서도 절제도 사랑과 깊은 유대감으로 하나의 단체라는 인식도 하면서 모르는 사회생활의 기초도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인성의 완성이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고 배우고 행동하고 실천하며 하나의 살아가는 과정이기에 더 강조하는 말이다.

자식을 낳았다고 다 효자 되는 것도 아니요, 학교를 보냈다고 다 공부 잘하는 것 또한 아니듯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람의 인성과 모두와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그렇게 이쁘다 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하리라 믿으며 만약 시도 때도 없이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가 아무에게나 가시를 세운다면 그 고슴도치의 말로는 아마 정해져 있을 것이다. 위협을 느끼거나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한 일 이외에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녀석으로 알고 있다. 녀석도 부모에게 아마 철저한 교육을 받을 것이라 본다.

이렇듯 교육이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속에 경험하고 배우면서 하나의 사회를 배우지 않나 싶다.

삶이 힘들더라도 슬기롭게 다시 한번 생각하는 여유를 찾아보자.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주위도 돌아보고 다른 이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목표로 꾸준히 하다 보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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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 2021-09-02 01:11:02
성불하십시요ㆍ
감사합니다ㆍ()()()

윤정옥 2021-09-02 16:35:26
좋은글 감사합니다

영선 2021-09-03 01:39:43
좋은 글 감사합니다ㆍ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