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2:27 (금)
감염병에서 아기 지켜줬던 삼신할머니
감염병에서 아기 지켜줬던 삼신할머니
  • 성남주
  • 승인 2021.08.31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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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주 창원대학겸임교수ㆍ창직학교장
성남주 창원대학겸임교수ㆍ창직학교장

우리 민족은 아기를 낳고 키우는데도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 우리 민족은 태고 때부터 아이를 잉태하고, 양육을 관장하는 산신(産神, 산파여신)을 삼신(三神) 할머니라 부르며 신앙했다. 삼신(三神)은 아기를 잉태하는 포태뿐 아니라 출산 후 산모의 빠른 회복과 동시에 7세까지의 양육을 맡는다고 믿어왔다. 삼신을 위하는 삼신상의 목적은 아이를 점지해준 삼신에 대한 감사와 집안의 가호를 바라며, 산모의 젖이 풍족하고 유아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집집마다 가신(家神)으로 모셨다. 사람이 태어나 살아갈 때 건강하게 장수를 바라는데도 마법의 숫자 3을 사용해 왔다.

전통사회에서는 자손을 낳아 세대를 잇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기가 생기게 해 달라는 다양한 기원문화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삼신` 신앙이 대표적이다. 삼신은 무엇보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건강한 출산을 관장하고 산모나 아기의 건강, 나아가 수명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믿던 우리네 가정의 신앙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가정에 나쁜 일들이 생기지 않게 막아주고, 복을 불러오는 것도 삼신의 역할이다. 그래서 삼신 단지를 만들어 안방에 모셔두고, 때마다 제사를 드리거나 가정의 대소사, 특히 아기를 갖는 문제에 대해 정성을 들였다.

삼신은 첫 번째는 아기를 임신하게 하는 신, 두 번째는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하게 하는 신, 세 번째는 아기를 건강하게 기르는 신이라 한다.

아이를 낳게 되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빌기 위해서 삼신상을 차렸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 출산의 중요성을 감지하여 잘못됨을 예방하고자 했던 소박한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삼신이 점지해서 사람이 태어나면 그대로 순조롭게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삼신이 받들고 보살펴 무병하게 자랄 수가 있는 것이다. 높은 데서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 것은 삼신이 늘 따라다니며 받들어 준다고 믿었다. 필자도 아이를 키우며 아찔한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아들이 아장아장 걸을 때였는데, 식당에서 뒤로 넘어지며 머리부터 떨어져 깜짝 놀랐었다. 아들은 놀라 소스라치게 울기는 했지만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 주변의 어른들이 삼신할머니가 돌봤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민속신앙이기는 하지만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은 믿고 싶어 한다. 과학적이지 않고, 미신적인 면이 있어도 자식을 갖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자식사랑 마음인 것이다.

산모에게 삼신할머니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아기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 까지는 삼신의 보살핌이 계속되는 것으로 여겼었다. 의술이 발달한 지금도 코로나19 감염병의 발생으로 세계가 대혼란을 겪고 있는데, 변변한 의술이 없었던 옛날에는 전염병으로 아이들이 죽는 경우가 많았었다. 당시로서는 의료시설이 거의 전무한 상태로 가정에서 민간요법이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에 의지했던 것이다. 아기와 산모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삼칠일(21일) 동안은 금줄을 쳐 두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여 부정함을 철저하게 막아 아기의 건강을 지키기도 했었다. 필자도 그런 세대 속에서 살아왔고, 어머니들이 자식을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하는 것을 보면서 살았다. 요즘이야 의술이 발달하여 자연분만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 병원에서 유도 분만을 하든가 절개 수술을 하는 것이 보통이 되었다. 산고가 심할수록 산모는 자식에 대한 애착이 커서 자식을 자신의 생명처럼 여기며 모든 정성과 사랑을 쏟기 때문에 자신의 분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발달된 의술에 따라 가족 신앙의 믿음이 변할 뿐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두려워진다. 지구의 환경파괴를 사람들이 저질렀기에 그 죄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무분별한 지구 개발과 탄소배출로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여 발병한 것이지만, 명확한 해결책이 없어서 더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탄소중립으로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더 이상 지구상에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는 것이 두렵다. 과학이나 의술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 나약한 사람들은 신앙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환경은 신앙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지구의 자연을 파괴한 사람들이 앞장서서 회복시켜야 한다. 온 정성과 사랑을 다해 자식을 키우듯, 대대로 자손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지구환경을 회복시키는데 마법의 숫자 3을 활용하여 관심과 정성, 사랑을 쏟아 넣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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