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7:59 (수)
행복의 페널티킥
행복의 페널티킥
  • 이영조
  • 승인 2021.08.26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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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한 남자가 고민에 쌓여있다. 그의 얼굴에는 불안함, 망설임, 두려움이 모두 들어있다. 골대 앞 정중앙 11m 지점에 놓인 축구공, 이 공을 반드시 골대 안으로 넣어야 하는 중책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골을 막아내야 하는 골키퍼도 비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폭 7.32m, 높이 2.44m, 축구 골대 중앙에 거인처럼 우뚝 서 있는 골키퍼가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일까, 오늘따라 축구 골대가 유난히 작아 보인다. 페널티킥 지점에 놓인 공에 힘을 싣기 위해 너 댓 발 뒤로 물러서 심판의 휘슬을 기다리고 있는 찰나의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회오리를 일으켰다. `꼭 넣어야 한다는 중압감`, `실패했을 때 팀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 패배의 위기를 딛고 역전승을 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내 발끝에 달려 있다. 같은 편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에어리어를 돌파하는 순간, 상대방의 깊이 파고드는 태클에 걸려 허공을 향해 몸을 띄우고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동료, 심판의 휘슬, 페널티킥 선언, 기나긴 승부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얻어낸 동료 선수들의 안도와 환호, 정당한 태클이었음을 주장하는 상대편 선수들의 항의는 뒤로 묻히고 엇갈린 희비가 탄식과 환호를 만들어냈다.

그라운드내 선수들의 눈빛이 안 감독의 얼굴로 쏠린다. `누가 찰까요?` 키커의 명령을 기다린다. 감독은 우측 손 엄지와 검지를 벌려 턱을 감싸고 생각에 잠긴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만 하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의 손이 양준혁을 향했다. 자신감 넘치는 선수들의 아쉬운 표정, 뜻밖의 지명에 당황한 양준혁 선수는 노골적으로, `나 자신 없는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 감독은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손뼉을 치면서 "형님! 괜찮아요, 파이팅!"을 외치며 독려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양준혁은 성난 사자처럼 볼을 향해 달려들어 왼발을 뻗었다. 준혁의 발을 떠난 공이 골대로 향하는 순간 TV 화면이 광고로 바뀌면서 긴장과 조바심을 배가시켰다.

공은 골대 좌측으로 향했다. 골키퍼는 힘껏 몸을 날려 두 손을 뻗었지만 더 큰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골포스트 안쪽에 맞고 골대 안쪽으로 튕기며 골 망을 흔들었다. "와~" 두 손을 번쩍 들고 함성을 지르는 선수들에 둘러싸인 양선수 얼굴에는 비로소 웃음이 번졌다. 양준혁은 `뭉쳐야 찬다`의 예능 프로에 선수로 출연해 생애 최초의 골을 넣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결혼에도 골인했다. 만인의 축하를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신혼부부들, 불행은 남의 일이라며 하나같이 꽃길만 걷겠다고, 하객 앞에서 다짐한다. 하지만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젊은 부부들의 갈등을 대할 때면 가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가슴에 가득하다. 상담 과정에서는 각자의 논리가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배우자의 가슴을 후벼댄다.

상담을 통해 터득한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비책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요즈음 사회적 이슈가 양성평등(兩性平等)이다. 과거로 회귀해보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어머니, 자식들까지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서 여권신장(女權伸張)이 뚜렷해지고 여성상위 시대가 되었다는데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남녀관계는 평등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아가 부부 사이에서도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평등의 개념에 대해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남녀는 성 역할이 다르다. 남성의 역할이 있고 여성의 역할이 있다. 주어진 성을 거부할 수 없듯이 각자의 역할을 함을 당연시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아내의 수고와 남편의 수고에 애틋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부부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도 중요할 것 같다. 남자는 밖에 나가서는 용사(勇士)가 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위로받고 싶어 한다. 여자는 아이 양육과 가정을 지키는 일에는 슈퍼우먼이지만 남편 앞에서는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부부 사이의 말에는 사랑과 존중이 없다. 남녀평등을 이유로 너무나 친구 같은 평어(評語)가 넘친다. 사람의 마음은 섬세하고 미묘하다. 행동, 언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에서 싫고, 좋고, 경멸하고 싶은 마음이 인다. 이것은 남녀 마음이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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