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0 09:06 (목)
구호에 그치는 정책은 기만
구호에 그치는 정책은 기만
  • 김기원
  • 승인 2021.08.25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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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망아지 새끼는 방울 소리만 듣고 엄마를 따라가지만, 앞을 못 보는 맹인은 작대기로 주위의 장애물을 정확히 판단하고 목표물 찾아간다는 것은 안내자의 정확한 설명의 실천자라 하겠다. 비록 눈의 기능은 없으나 눈 기능이 있는 사람보다 목적지에 한 치의 착오 없이 찾아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아파 안과 전문봉사단체를 창립하였다.

몇 해 년 전 일이다. 남해 청실회와 합동으로 남해읍 민을 위해 ㄱ대학병원 안과 전문 교수의료진과 전문 기능 기사를 모시고 <눈 시력 검진 치료 및 무료 안경과 이미용 현장봉사단>를 이끌고 남해 청홍실회가 이미 마련한 읍내 초등학교 강당에 자리를 잡았다. 장소보다 수용 인원이 초과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예정대로 전문 교수진의 현장 진찰, 치료, 투약, 상담 등 과정이 실시되어 차례를 가다리는 줄은 너무나 길었다. 그 자리에 뜻밖에 맹인 할머니 한분이 참여했다.

"할머니, 무엇이 소원입니까?" 물었다. 그러자 "나는 원래 맹인이 아니고 어릴 적 밭에 갔다가 오다가 대추 벌에 쏘여 두 눈을 잃어 병원에 갔어. 진찰 한번 받은 적 없이 70세 넘도록 살았지. 밝은 눈은 못 찾아지만 안과의사 진찰 한번 받는 것이 이생의 소원이야"고 답했다. 이에 주위 사람들의 마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할머니 왈 "정치 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내 눈 진찰 한번 받도록 주선을 요구하자 `꼭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은 찰떡같이 하였으나 세월은 흘러 <구호>뿐이었다"는 말끝에 눈물을 짓는다. 마음의 한 풀이로 보냈지만 요즘 우리들 주위에 우리를 현혹하는 표어, 외침, 연구 보고서뿐만 아니라 대통령 되겠다는 후보 수십 명이 사람들이 국민을 잘 살게, 행복하게 정치하겠다는 외침과 계획을 어물전 전포처럼 늘어놓고 국민을 유혹하노라 야단법석이다.

이렇게 난무한 공약들이 또 빈 껍질같이 보인다. 얼마나 실천이 될까, 의구심을 갖지 아니할 수 없다. 지난 70여년 정치 역사도 그렇게 흘러 왔고 현재도 그렇게 당하고 있는 국민들 마음속은 썩었다. 믿는 도끼에 발목 찍는 결과가 또 될까 걱정이 된다. 저렇게 야단법석으로 정책 제안자마저 실천 못하였다고 지적해도 먼 산에 불난 집 보듯이 결론 없는 정책이 구렁 담 넘듯이 한다.

부정(不正) 긍정(肯定)이 없는 정책은 결국 부패에 휘말린 사회 속에 정책 지도자가 배출되고, 부정 불심만 조장된 병폐는 팽창되어 스스로 공포를 일으키고 선동적인 구호들에 거부감마저 느끼게 한다. 조선조 말 왜, 민란이 많이 일어난 원인은 나라 재원의 부족이 아니라 구호와 부패가 결탁한 정책을 채택한 관료들의 부패한 정책 운영 때문이다.

사실 수많은 정책 구호를 전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범국민적 미래를 위해 사회적 공동체의 이익과 국민 복지에 필수적인 정책은 환영하는 바이고 공동체적인 제도와 목표로 민행일치(民行一致)로 자발적 의식을 높이는 정책의 요구는 환영한다. 일회용 실용주의 보다 영구적, 연속적인 정책을 환영하는 바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에 맞추어 행하는 사업이 대부분 구호에 그치는 정책이라 이를 자제하는 것도 오늘날 국민들의 바람이다. 좀 더 여유 있고 미래 먹거리가 될 구호와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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