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21 (토)
대통령 선서문과 안전
대통령 선서문과 안전
  • 윤희열
  • 승인 2021.08.25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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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열 동양건설안전기술단 CEO
윤희열 동양건설안전기술단 CEO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선서문이다. 모두 79자로 구성된 이 문장은 대통령 의무는 물론 대한민국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79자로 구성된 이 선서문 어딘가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라는 문구가 들어가면 좋겠다. 산업화 사회 이후 인류는 안전 문제에 직면해 왔다. 기계ㆍ대량ㆍ현대화 대가는 가혹했다. 교통사고는 물론 산업현장에서 어이없고 안타까운 죽음들이 속출하면서 일하다 죽지 않길 외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만 4000여 명이 산업재해를 당했고 이들 중 8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20년 교통사고는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많이 줄은 통계라고 하지만 3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30여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웬만한 중소도시 하나 규모다. 이런 현상은 `안전사고`라는 역설적인 합성어까지 탄생하게 했다. `부주의 사고`라고 용어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안전사고 방지와 예방은 현재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고 있다. 이 역시 안전사고다. 안전사고의 본질은 인재다. 우주에서 유성이 날아와 지구와 충돌하는 사고를 제외한 모든 사고는 인재다. 사람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도 간단하지 않을까? 물론 이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 분야에 걸쳐 사고예방 교육은 물론 사고 발생 때 대처법도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왜 사고는 거듭되고 안전은 위협받고 있는가? 법과 제도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가장 안전한 나라로 알려진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징벌적 산업재해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전한 거리와 골목을 위해 스마트 감시카메라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하지만 줄곧 경험해 왔지만 법과 제도 정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사고 빈발의 원인을 인식의 문제라고 한다. 안이한 판단과 대처가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사고와 비용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한 시스템과 설비에 투자하는 비용과 사고 발생 후 수습 비용을 저울 위에 올려놓는 인식이 모든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 해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것이다.

산업현장 등 모든 곳에서 비용 우선주의가 사고를 부르고 필요한 안전요원과 여건을 갖추기 위해 드는 비용을 아끼려다 사고는 발생한다. 차량 정비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다 사고를 당한다. 가정이나 일상생활의 사소한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사고에 비용이 대입되는 순간 해법은 멀어지고 만다. 안전사고는 인권의 문제다. 인권을 비용과 동일선상에 둘 수는 없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 선서문의 수정을 다시 제안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비용도 감수할 것이며...` 국민 복리증진 이전에 국민 안전을 먼저 명기한 대통령 선서문을 보고 싶다. 그리고 수정 선서문이 실행되는 사회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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