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0:27 (금)
이준석 리스크는 사라졌나
이준석 리스크는 사라졌나
  • 김은일
  • 승인 2021.08.24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앎` 이란 평생을 걸쳐 반복되는 것

제대로 성숙하려면 많은 세월 필요

이준석 문제는 `휴…` 한숨만 남겨
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애를 키우다 보니 느끼는 건데 요즘 아이들은 6세 정도 되면 자기 나름의 기준이 정립되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듯하다. `안다`는 것에 대한 인식도 시작되는 듯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른을 가르치려 들기도 하는데, 유치원에서 배워서 알게 되는 하나하나의 `앎`이 자랑스러운 듯도 하고 자기가 처음 알았으니 다른 사람은 모를 것일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이럴 때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아이가 그 작은 뿌듯함을 느끼면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맞장구를 쳐주는데 이것은 필자의 큰 낙이기도 하다. 사실 이 과정은 `앎`의 내용이 달라질 뿐 평생을 걸쳐 반복되는 것인데, 필자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100세 철학자로 잘 알려진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께서 60대 후반을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로 꼽은 것을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제대로 성숙되려면 생각보다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 같기는 하다.

1960년대에 김영삼, 김대중이 40대 기수론이니 뭐니 하면서 까불고 설치니 당시 야당 유력 정치인들이 점잖은 체면에 막말은 못하고 나름 심하게 한다는 말이 `구상유취`였다는 얘기를 이전에 기사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국회의원 선수가 몇 선이 되고 해도 성숙하려면 아직 이르다는 뜻이었을 게다. 이들이 이때로부터 한참 나이 든 후에야 대통령을 지낸 것을 보면 배움이든 경험이든 상당히 쌓여야 하는 것은 맞는 듯하다. 물론 경륜과 성숙도 행동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니 마냥 세월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세월이 60년 정도 흘러 이제는 30대 0선의 제1야당 당 대표를 보게 되었는데, 60년 전보다 나이는 10살 정도 젊고 심지어 국회의원 경험도 전무한 사람이라 더욱 파격적이다, 국민들은 국회의원 경력 없는 젊은 정치 지망생에게 정권교체를 위한 기성 정치인과 다른 사심 없는 노력을 기대했고 당원들은 젊은 당 대표를 통해 당 이미지 제고를 원했다. 여기에 더해 그 동안 중견 정치인들이 `에헴`하고 점잔 빼느라 불의로부터 나라를 구하려는 역할을 방기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도 일부 있었다.

이렇게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준석은 자전거 타고 다니는 모습을 잠시 보여주더니 곧 어느 기존 정치인들보다 더 정치공학적이고 자기의 기득권에 더 집착하고 사적이익에 더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 조금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여기는 어리광도 서비스로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정도 지나자 "어, 왜 이러지?" 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다가 급기야는 "쯧쯧"하는 말이 나오는 정도가 되었다. 참고로 여기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언행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 언행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런 의도를 가지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쯧쯧하고 혀를 차는 것은 빤히 보이는 그 의도를 다른 사람들이 모를 거라고 감히 생각하는 어리석음이 가엾고 안타깝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한가. 어린아이가 귀엽다고 해서 온 집안을 뒤집어 놓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웬만하면 예쁘게 봐줄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들을 포함한 모든 집안 식구들이 그를 외면하고, 자기 지지층이라고 생각했던 2030세대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받자 결국 어쩔 수 없는 사과를 하고 당 밖의 공정한 인물을 선거관리위원장에 선임함으로서 대통령 후보선출 과정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후보 선출과정에서의 전권을 선거관리위원장에게 위임했고, 당의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 대표의 권한이 거의 이양되기 때문에 그의 대표로서의 역할은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글을 쓸 때 웬만하면 마지막에 작은 희망이라도 남기고자 하는데, 금번 이준석 문제는 "....휴..."라는 안도의 한숨 밖에 남지 않는다. 그 정도로 위험하고 그만큼 사악한 아이라는 생각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2030세대의 대표자 또는 대변인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고 언론과 결탁하여 인위적인 바람을 일으켜 제1야당 대표가 되어 그는 무엇을 하려 했던 것일까. 제1야당인 국민의 힘은 언제쯤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이런 모험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할 것인지, 그럴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하는 암울한 마음도 든다. 그런데 이준석 리스크는 정말 끝난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