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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국가` 구야국 그리고 김해 ⑧
`오래된 미래 국가` 구야국 그리고 김해 ⑧
  • 허영호
  • 승인 2021.08.1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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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김해문화원 부원장
허영호 김해문화원 부원장

황옥이 아유타국을 출발하여 가야로 오는 도중 비바람이 심하여 도저히 항해를 계속할 수 없었다. 결국 뱃머리를 돌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부친에게 고하니 부친이 "이 탑을 싣고 가면 바람을 잠 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싣고 온 탑이 바로 파사석탑이다. 일찍이 재야사학자 허명철 박사는 파사석탑의 성분을 분석하여 이 탑의 재질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고 인도 아유타국 주변에서만 나는 독특한 성분임을 밝혀내어 사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의 노력으로 1996년 파사석탑은 `경남문화재자료 제227호`로 등록된다.

최근 인제대에서도 파사석탑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는데 발표자 전지혜 박사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을 안고 있는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은 구한말 한낱 소설에 언급되어 저토록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반해 파사석탑은 역사서에 기록된 많은 전설과 애틋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탑은 "왜를 견제하는 호국의 성격을 가진 탑으로 그 가치가 더욱 높다"고 덧붙였다.

가락국 허황옥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전설은 독특하다. 고대 개국에 따른 신화나 전설은 대개 남성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천강-난생-혼인-등극으로 이어지는 가야 건국설화는 다른 삼국의 건국설화에 비해 한층 완성도가 높은 즉 후세에 의해 훨씬 조미료가 많이 가미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해썹(HACCP)보다 장날 어묵이 더 맛있듯 검증된 역사보다 비릿한 전설이 훨씬 애틋하고 매력적인 것은 왜일까. 햇빛 아래 건조된 역사보다 달빛 아래 비치는 전설이 훨씬 요염하기 때문이 아닐까. 현재 허황옥은 사실과 전설 사이에서 뒤범벅이 되어 사학계에는 이천 년 밀린 숙제를, 지역민에게는 더할 수 없는 신비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끝으로 가야불교에 대해 알아보자.

불교가 삼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개 왕이나 귀족들은 그들의 권위를 조상신이나 다른 다양한 샤마니즘에서 찾았다. 왕권이 강화되면서 왕은 귀족보다 한 차원 높은 권위의 의지처를 찾았고 하늘 `天神`은 그때 등장하였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지배계층의 분화가 일어나자 기존 조상신이나 천신만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불교는 이런 한계를 극복케 하는 교리를 품고 등장했다.

불교는 인간의 사회적 처지를 업(業)의 교리로 설명하고 있다. 업은 `인간이 스스로 지은 생각이나 행동의 총체`로 인간은 이 업에 의하여 육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를 윤회하며 태어난다는 것이다. 왕이 현세의 복락과 권위를 가지게 된 것은 과거 선업에 의한 것이며, 일반 백성들이 그 정도의 처지를 누릴 수밖에 없는 것은 과거 악업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교리는 왕권을 합리화하고 백성들이 현실의 처지를 수용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작용하였다. 나아가 선업에 의해 앞으로의 처지도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부여한 것도 불교의 큰 매력이었다. 고대 왕실이 불교를 앞다퉈 수용한 것도 이런 연유에 기인한다.

삼국유사에는 일견 수로왕이 불교를 이해하고 있는 듯이 표현된 부분도 있고, 전승자료에는 불교와 관련된 구체적인 인물, 즉 장유화상이라는 존재도 나오며 불교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고 하는데,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라면 우리나라의 불교 전래가 후한 명제 때(기원후 58~75년) 전래 된 중국보다도 빨랐고, 전래루트도 육로가 아닌 해로였다는 기존 우리들의 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역사가 드러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로왕 당시의 정황을 고려한다면 가야는 아직 불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다.

삼국시대 불교가 각국에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왕권 강화에 불교가 사상적 뒷받침을 했던 점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즉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가 정비되면서 기존의 부족적 성격의 토착신앙을 대체할 새로운 사상체계가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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