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08 (목)
하포 포구서 출발 취향 따라 3개 코스 중 선택… 쪽빛 바다를 담다
하포 포구서 출발 취향 따라 3개 코스 중 선택… 쪽빛 바다를 담다
  • 이병영 기자
  • 승인 2021.08.12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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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걸어서 세상을 품다

마산 구산면 저도 둘레길
취향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저도 둘레길.
취향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저도 둘레길.

옛 마산 남쪽 끝 돼지 닮아 ‘저도’로 불러

길이 1750mㆍ너비 1500m… 용두산 품어

9경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경치 빼어나

낡은 다리 살려 ‘콰이강의 다리’ 재탄생

트릭아트 포토존ㆍ경관 조명 관광객 몰려

해산물 배 채우고 드라마세트장 구경

옛 마산의 남쪽 끝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는 생김새가 돼지를 닮아 ‘저도(猪島)’라 불리는 섬이 있다. 남북 길이 1750mㆍ동서 너비 1500m의 넓지 않은 섬이지만 해발 202m의 용두산을 품고 있으며, 옛 마산시가 9경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두 개의 연륙교’ 낮밤 모두 아름다운 저도

저도연륙교 야경.
저도연륙교 야경.

저도로 닿기 위해 구산면에 도착하면 두 개의 연륙교(일명 콰이강의 다리)를 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1987년산 붉은색 철제 다리는 지난 2004년 바로 옆에 차량 통행이 가능한 새 다리가 개통하면서 보행자 전용이 됐다. 창원시는 2017년 낡은 다리를 철거하는 대신 바닥 일부에 투명 강화 유리를 깔아 바다 위를 걷는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를 만들었다.

연륙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건설한 콰이강의 다리와 생김새가 닮아 ‘저도 콰이강의 다리’로도 불린다.

스카이워크 출입구 바닥에 조성된 트릭아트 포토존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트릭아트는 시야에 따라 착시를 일으켜 실감 나게 보이는 그림이다.

스카이 워크.
스카이 워크.

트릭아트 포토존에 들어서면 깎아지른 절벽 사이 아슬아슬 매달린 흔들다리 위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밤이면 알록달록 연륙교 경관 조명과 함께 다리 전체를 감싸 은하수를 걷는 듯한 낭만감이 밀려온다.

연인과 함께 두 손을 꼭 잡고 거닐다 보면 세상 어디에도 부러울 바 없으며, 평생 추억의 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다리 끝까지 건넌 후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수소문이 퍼지면서 꼭 가야 할 데이트 장소로 꼽힌다.

특히 유리 바닥에 선 채로 13.5m 아래를 내려다보면 남해안 특유의 잔잔한 물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연륙교 밑으로 오가는 어선들이 푸른 바닷물을 가로지르며 햐얀물결을 벗 삼아 달리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절경이 눈앞에 다가온다.

여기서 저도 연륙교(콰이강의 다리)의 구경을 모두 마치고 ‘저도 비치로드’를 소개한다.

바다 보며 걷는 ‘저도 비치로드’ 3개 코스

저도비치로드 안내도.
저도비치로드 안내도.

저도는 차를 타든, 걸어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섬이다. 저도에는 제주 올레길 부럽지 않은 ‘저도 비치로드’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멀리서 관광버스를 타고 온 등산객들로 붐볐을 정도로 입소문 난 명품 둘레길이다.

저도 비치로드는 연륙교를 건너 공영주차장이 있는 하포리 하포마을 포구에서 출발한다. 목재계단으로 이어지는 초입에서 안내판을 확인한 후 길이 3.7㎞의 1코스, 4.65㎞의 2코스, 6.35㎞의 3코스 중 취향에 따라 골라 길을 나서면 된다.

섬을 껴안은 듯 둥글게 조성된 길을 따라 탁 트인 쪽빛 바다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원점회귀형 코스로, 완주하는 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은 길을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으니 전국에서 몰려들 만하다.

저도 용두산 정상 표지석.
저도 용두산 정상 표지석.

완만한 등산로를 거쳐 제1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거제의 가조도와 칠천도가 보인다. 제2전망대부터 섬 가장자리를 따라 데크로드가 1㎞ 조금 넘게 이어지는데, 여기서부터 여타 둘레길과 다른 비치로드의 참모습을 체감할 수 있다. 바다 전망에 탄성을 지르며 걷다 보면 온갖 근심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물결을 감상하면서도 정작 걷는 길은 해가 들지 않아 여름에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제2전망대에서 코스합류점을 거쳐 곧장 종점으로 가도 되고(1코스), 데크로드로 이어지는 제3ㆍ4전망대에 올랐다가 제1바다구경길까지 구경하고 난 후에 걷기를 마무리해도 된다(2코스). 1코스는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해안가 길의 마지막 구간인 제3바다구경길은 자그마한 자갈이 많은 짧은 해변길이다. 이 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해안가를 걸을 수 없고 용두산 정상 방향으로 가서 코스합류점을 거쳐야 끝이 난다(3코스). 얼마든지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비치로드의 장점이다.

장어로 허기 달래고, 드라마세트장 구경은 덤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 전경.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 전경.

저도가 있는 구산면은 굴과 홍합, 돌장어가 유명하다. 저도 콰이강의 다리에서 차를 타고 5분 이내 거리에 ‘해산물 거리’라 해도 될 만큼 해산물 맛집이 즐비하다. 비치로드를 걷고 난 후 허기진 배를 달래기 좋다.

여기서 15분 정도 진동면 쪽으로 가면 해양드라마세트장이 있다. 지난 2010년 MBC드라마 ‘김수로’ 촬영을 계기로 조성된 이곳은 선박이 드나드는 옛 포구를 비롯해 저잣거리, 수상가옥 등 가야시대 건물을 정교하게 재현해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흔치 않은 바다를 낀 세트장으로 지금까지 6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쓰였다. 세트장을 둘러보면서 부른 배가 꺼지도록 인근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고 나면 왜 구산면 일대를 ‘힐링 명소’라 하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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