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00:37 (수)
팬데믹 안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팬데믹 안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백미늠
  • 승인 2021.08.09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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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늠 시인
백미늠 시인

한 달여 간 계속되는 불볕더위 때문인지, 1차 백신 접종 후유증 때문인지, 불면증이 생겨 더욱더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거리 두기 4단계로 전환돼 식당에 가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도, 냉방이 잘 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친구와 시원한 맥주 한 잔도 못 하고 있다. 지금은 다니는 것 자체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분위기다. 불편해도 답답해도 스스로 거리 두기 하는 사람들이 배려심 많은 성숙한 사람으로 보인다.

`코로나 먹지 말고 더위 먹지 말고 우야든동 잘 이겨내자.` 카톡으로 전화로 안부를 묻고 지낼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네가 겁내는 것 보니 정말 심각하기는 한가 보네.` 모임이 많은 편이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많은 나는 최근까지도 스스로 코로나 면역체라고 대꾸하며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렸다. 식당도 가고, 카페도 가고, 행사도 하고, 모임에도 부지런히 참석했다.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기!

그런데 내게도 가슴 철렁하는 충격적인 일이 생기고 말았다. 올해 지방직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을 앞둔 딸이 확진자가 될 뻔한 것이다. 딸이 꼭 참석해야만 하는 모임에 혹시나 해 참석을 안 했는데 그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확진자가 되거나 격리가 된 것이다. 확진자 중에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도 1차 접종자도 있었다고 했다. 오싹하고 아찔했다. 지금 나는 휴가를 집 콕 하고 있다. 핸드폰만 들면 1차 백신 접종, 2차 접종,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증세, 후유증 공유하느라 카톡과 문자, 부재중 전화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끌려 들어가고 만다. 검색창도 카스도 프사도 카톡도 온통 코로나 이야기, 백신 이야기, 폭염 이야기다. 백신 후유증 대비 보험에 가입하라고 독려하는 지인도 있다.

세계적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이다. 이제는 코로나 확진자, 백신 접종상황, 기후변화 등 혼란스럽고 불안한 이야기를 넘어 자신에게 가족에게 집중하며 생활공간과 활동공간을 정돈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매체로부터 거리 제한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정리하고 서랍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를 닦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일상을 즐기는 것이다.

청소를 시작하기 위해 선풍기 바람 앞에서 일어서기까지 수없는 각오와 결심이 필요했지만 정리를 시작하자 선풍기 바람도 필요하지 않은 서늘함과 고요함이 찾아왔다. 뒤죽박죽 꽂혀 있는 여러 장르의 책을 분류하고 노트와 수첩 메모장 각종 인쇄물습작 글을 읽어보고 넘겨보며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갔지만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단순함으로 가벼움으로 청결함으로 코로나든 폭염이든 더 나쁜 상황도 얼마든지 조절되고 대처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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