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32 (토)
뉴트로 열풍
뉴트로 열풍
  • 이광수
  • 승인 2021.08.08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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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세상이 급변하고 변화무쌍해서 일까. 요즘 2030 신세대들이 옛것에 열광하고 있어 무척 흥미롭다. 뉴트로(newtro)는 뉴(new, 새로운)와 레트로(retro, 복고)의 복합명사로 `새로운 복고`라는 뜻이다. 요즘 신세대들이 다양하게 쏟아내는 일상용어로 적응성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구세대로서는 다소 혼란스럽다. 특히 몇 개 단어를 축약해 쓰는 조어들이 TV나 SNS에 일상어로 통용된다. 세대단절은 IT와 AI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느낌이 든다. 요즘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꼰대 취급을 받을 정도다. 어쩌다 급한 일로 택시를 타고 현금을 내면 하루 종일 운전하고 다녔는데 현금 내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한다. 격세지감을 절감한다. 구세대가 꼰대 신세로 변하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반동일까.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사람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미처 새로운 제품의 사용법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른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예전의 1~2년에서 6개월로 짧아지더니 요즘은 3개월이 지나면 신제품에 대한 데모광고가 뜬다. `수요가 공급을 창조한다`는 기존 경제 원리를 통째로 바꿔 놓았다. 물론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는 발 빠른 대응이기는 하지만 수요가 아닌 공급이 수요를 창조하는 시대다. 소위 토지 경제시대의 `수확 체감의 법칙`이 IT시대를 맞아 `수확체증의 법칙`으로 변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옛것을 찾는 복고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것은 시대변화의 아이러니다. 뉴트로 열풍은 기술 발달과는 반대로 잊힌 시대인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감성적 존재의식의 발로이다. 뉴트로 이전의 트렌드인 레트로 열풍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패션계를 풍미했다. `패션은 유행이다`는 말처럼 미니와 핫팬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그 반동으로 쫄바지에 이어 판탈롱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이젠 스키니진과 함께 내의처럼 몸에 착 달라붙어 여성의 몸매윤각을 드러내는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등장했다. 요즘 거리에서 레깅스 차림의 여성과 마주치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하다. 우리 같은 구세대는 그저 불구경하는 심정이지만 잠시 시선을 엉뚱한 곳(?)에 잘 못 두었다간 성희롱으로 망신살이 뻗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와 같이 변화무쌍한 패션트렌드와 함께 뉴트로 바람은 실제로 과거에 유행했던 디자인과 물건, 음식, 취미생활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복고로 되돌아가고 있다. 요즘 TV에 고정프로로 등장하는 `자연인`도 한 예이다. 느리고 답답하고 불편한 농경시대의 삶으로 복귀하려는 옛 삶에 대한 향수이다. 또한 새롭게 쏟아지는 신상품에 식상한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즐겼던, 지금의 자신들이 잘 몰랐던 것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 같다. 물론 이에는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의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구형자동차(수동 클러치), 진공관오디오,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LP판, 필름 카메라, 종이잡지, 옛날 만화 등을 모으고 즐기려고 한다. 이에 덩달아 문을 닫았던 필름과 카세트테이프, LP판 제조공장이 다시 가동해 한해 수백만 개를 생산한다고 하니 사람의 감성만족은 하드웨어의 발달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한편, 디지털 문명이 초래한 피폐해진 감성은 올드 송과 옛날 드라마의 리바이벌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20년 간 장수를 누렸던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가 재방되어 베이비붐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또 가요계는 어떤가. 인기 팝그룹 BTS신드롬으로 사양일로를 걷던 트로트가 방송국의 경연프로그램 방영으로 가요계를 달구고 있다. `돌고 도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처럼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옛것을 사랑하고 아끼는 복고열풍은 결코 부정적인 바람은 아니다. 인간 본성에로의 회귀본능은 인간이기 때문에 누리는 특별한 감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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