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0:46 (목)
생존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
생존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08.05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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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다. 같은 종류의 생물들이 상부상조하는 공생은 다른 생물을 죽이면서 만들어낸 응전의 결과다. 다른 편을 죽여야 자신 편이 사는 과정에서 공생은 최고의 덕목이다. 한 종류의 생물이 번성하는 들판에 다른 종이 활개를 치기는 어렵다. 한 종류 생물의 공생은 겉으로 아름다움의 이름을 쓰고 엄청난 종족 보존의 경쟁을 치른 승리의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룰이 없다. 상대를 죽이면 내가 사는 치열한 생존의 본능만이 있을 뿐이다. 다른 생물을 죽이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생물의 세계는 인간의 역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만드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특별한 게 없다. 생물이 자신의 뿌리 근처에 `타감물질`을 내뿜어 다른 식물이 뿌리는 내리지 못하게 하는 본능적 행동을 대부분 사람들도 학습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쥴리 벽화`를 두고 보수ㆍ진보 유튜버들이 뿜어내는 독소는 전국을 뒤덮고 있다. 문제가 걷잡을 수 없자 `작품` 주인은 한 발 물러서 쥴리 벽화의 문구는 지웠지만 시위와 폭행이 만든 아수라장이 연일 이어졌다. 쥴리 벽화는 생물이 다른 생물의 생존을 막기 위해 내뿜는 독소와 다르지 않다. 야권 대권 유력 후보가 죽어야 여권 대권 후보가 산다는 단순한 셈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표현의 자유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경선 후보들이 바쁘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TV 토론회는 `검증`을 두고 서로 죽이기에 나선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당연히 상대 후보가 죽어야 내가 사는 몰인정한 게임과도 같은 경선 레이스에서 자비를 구하는 일은 말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예리한 칼을 들고 상대의 급소를 찔러야 내가 사는 TV 토론회를 보고 있으면 검증은 아름답다고 치장하고 과정은 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검증의 시간은 가혹할수록 정련된 후보가 나오기를 바라지만 자칫 같은 당끼리 물고 물리다 살아남은 후보가 만신창이가 되는 데까지 간다. 같은 종류 생물의 공생은 다른 생물을 죽이면서 만들어낸 승리인데 사람들도 이 순리에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게 편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10개월을 남겨두고 경남지사 자리를 꿰차겠다는 생각은 한여름 폭염보다 뜨겁다. 김경수 전 지사의 낙마로 빈자리가 된 경남지사의 자리를 국민의힘은 탈환을 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수성을 해야 할 판이다. 앞 경남지사 선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예비후보가 차고 넘치고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인물 기근에 시달린다. 이런 분위기 반전은 생존에 확신이 서면 더 힘을 쓰는 자연의 이치와 통한다. 국민의힘에서 본선보다 당 내 경선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생존의 본능이 충만하다는 뜻이다.

지방선거나 대통령 선거나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사는 생존 본능에 충실하면 승리할 수 있다. 선거운동을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 이유는 승리한 후보에서 나오는 말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모든 예비후보가 맞닥뜨리는 검증의 터널에서 제대로 사람의 향기의 낼 사람을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상대를 죽이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말이 판단을 흐리게도 하지만, 결론은 "별사람 없다"로 모아진다. 그래도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새 사람을 기대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는 생존의 법칙을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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