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41 (토)
온열질환자 속출과 `아이스크림 장인`
온열질환자 속출과 `아이스크림 장인`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8.04 2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생각나는 이 때

`메로나` 개발자 사망 소식에 숙연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전국이 연일 찜통이다.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숨쉬기도 힘든 마당에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시원한 냉수를 아무리 먹어도 한증막 같은 더위는 피할 방법이 없다. 소나기가 대지를 식힌 듯했으나 개이고 나서 오히려 습도만 높아져 찝찝함은 진퇴양난이다. 아이스크림이 절로 생각난다.

최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모두 973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91명의 약 2.5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3명으로 2019년 11명, 2020년 9명 보다 많아 최근 3년간 최다 기록을 남겼다. 부산울산경남지역도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117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다행히 사망자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올여름 폭염은 어느 때보다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지역별로 서울ㆍ강원 3명, 인천ㆍ경기 2명 등이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열사병과 탈진 증상을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등 위험한 질환이다. 폭염이 심해질수록 무더위에 직접 노출되는 실외 작업자와 스스로 대처가 어려운 노약자가 별다른 조치가 없이 참고 견디다 결국 열사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더운 한낮 시간에는 실외 작업과 훈련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 시간대나 날짜를 조종하거나 냉방이 가능한 실내 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폭염에 따른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무더위가 가장 심한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 전국 건설 현장의 공사를 중지하도록 지도를 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은 전국 건설 현장 6만여 곳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이행 여부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한다. 불필요한 나들이 줄이기는 코로나19 발생 때와 똑같다. 코로나19는 자연이 주는 경고이다. 그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빚어진 불신은 거리두기로 폐플라스틱 버리기 등 환경 피해는 인간이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있다.

더위에는 시원한 음식이 최고다. 그중에서 아이스크림은 여름철 최애 먹거리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의 유혹은 견디기 힘들다. 1992년 출시돼 약 30년간 사랑을 받아온 아이스크림 `메로나` 개발자 김성택 전 빙그레 연구1실장이 지난 1일 오후 전북 정읍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향년 59세인 그의 죽음은 의외다. 유족에 따르면 "지병도 없이 건강한 편이었는데 (아이스크림 생산이 늘어나는) 하절기를 맞아서 업무량이 늘어나다 보니 피로가 쌓인 듯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 생산에 힘쓰다 세상을 뜬 것 같아 먹먹하다. 고인은 경북 의성군 인계면에서 태어나 경북대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빙그레에 들어가 입사 직후 다른 직원이 개발한 `더위사냥`의 후속 작업을 맡았다고 한다. 그가 개발한 `메로나`가 출시된 것은 1992년 중반으로 그해 매출액만 200억 원으로 국내 빙과업계 신제품 최대 판매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고인은 연구1실장을 지낸 뒤 지난 2018년 빙그레를 퇴직했고 2019년 전북 김제에 있는 ㈜서주 공장장을 맡아 다시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중이었다고 한다. 빙그레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후배는 "한평생 아이스크림을 사랑하고 더 맛있는 걸 만들려고 노력한 진정한 `아이스크림 장인`이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아이스크림 장인`은 이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멜론맛 `메로나` 아이스크림의 달콤, 시원함은 우리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게 됐다. 가족ㆍ이웃과 아이스크림 한입 베어 물고 더위를 함께 이겨 봄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