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2:55 (금)
이해할 수 없는 침묵들
이해할 수 없는 침묵들
  • 김은일
  • 승인 2021.07.27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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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얼마 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 상의 여론 조작과 관련된 혐의로 징역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나라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왜냐하면 김경수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24시간을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최측근이었고, 김경수가 행한 대선에서의 여론조작 범행의 가장 큰 수혜자가 문 대통령이기 때문에 소위 `깃털-몸통`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라는 공세를 펴고 있으나 청와대에서는 "입장이 없다"는 짧막한 반응만을 내놓고는 입을 다물고 있다. 원래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새는 발음이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지난 4년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합당함에도 끝내 입을 다물고 만 경우를 하도 많이 본 까닭에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이러한 뭉개기 신공이 필자에게는 새삼스럽지는 않다. 사과를 하면 책임을 지라는 공세가 따를 것이고 `억울하다`고 하자니 대법원 확정판결을 대통령이 부인하는 꼴이 되므로 아예 입을 다물기로 한 것일 것인데,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이런 마음이 이해도 된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인 사안과는 다르게 대통령의 침묵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경우들이 있다. 최근 해외에 파병된 청해부대원들이 배안에서 대원들의 90% 정도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을 잘 알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해외파병되어 고생하는 군인들이 폐쇄된 공간인 군함 내에서 집단감염되어 고초를 겪었다면 이유 불문하고 국군통수권자로서 가장 먼저 장병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을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어이없게도 군 지도부만 질책하면서 마무리를 하려 했었다. 그러면서 눈치를 보다가 분노의 여론이 비등하자 사고 8일만에 어쩔 수 없이 사과랍시고 입장을 내놓았는데, 참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였다. 또 하나는 얼마 전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정종필 상사의 미망인이 생활고로 악전고투하다가 고1 어린 아들을 혼자 두고 암으로 사망했는데 수많은 국민들과 정치인이 애도의 뜻을 보냈으나 가장 먼저 위로의 마음을 보냈어야 할 대통령은 예의 그 침묵을 또 지켰다. 이전에도 훈련 중 군인들이 사망한 여러 사건이 있었으나 대통령이 빈소를 방문하거나 유가족에게 직접 위로와 사과의 마음을 전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의 사명감이 결여된 탓이고 스스로 국가원수라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우리는 `영토, 국민, 주권`을 구성요소로 하는 것이 국가라고 배웠다. 국가는 이 요소들을 배타적으로 지켜야 존속할 수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군대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자부심과 역량은 최종적으로 군대로 표현되며, 국가원수의 핵심이 군 통수권자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한 진영의 지도자에서 국가원수가 된 자신을 재인식하고 이에 따라 시선의 레벨을 높이는 일이다. 진영이나 집단이 아니라 국가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문 대통령은 시선의 레벨 업을 이루지 못했다. 비단 대통령뿐 아니라 이 정권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진영과 집단의 구성원에서 국가 경영의 구성원으로 레벨 업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국가를 국가의 높이에서 경영하지 못하고 진영과 이념의 수준에서 기능적, 감성적으로 좌충우돌해오고 있다.

그런데 국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군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이 누군가를 배려하고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이라면 그보다 심각한 일은 없다. 개인이나 집단 등 작은 단위에서의 평화는 눈치 보고 비굴한 태도를 보여서 얻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는 절대 그렇지 않다. 국가의 평화는 싸울 의지를 더 분명히 하고, 당당한 호전성을 거침없이 과시할 때 얻을 수 있다. 비굴하게 굴종해서 얻는 평화는 노예의 평온일 뿐이다. 군대는 국가 안전의 최후의 보루이므로 마지막 단계에서나 아주 조금 손댈 수 있을 뿐인데 우리는 남북군사합의로 군 대비 태세를 허물었고 군대를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있다. 과연 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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