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3:54 (수)
경남 경륜선수 ‘삶의 바퀴’ 멈췄다
경남 경륜선수 ‘삶의 바퀴’ 멈췄다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1.07.22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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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창원레포츠파크에서 경륜 선수 70여 명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소생계를 보장하고 인권탄압 등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18일 창원레포츠파크에서 경륜 선수 70여 명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소생계를 보장하고 인권탄압 등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3주째 파업

코로나19로 정식 경주 없어

수입 80~90% 줄어 경제난

노조 “기본급 제도 도입해야”

공단 “대법 판례 근로자 아냐”

지난 2일부터 우리나라 경륜 역사상 유례없는 선수들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창원 경륜장에서도 지역선수 90여 명이 대거 이탈하는 파행을 겪고 있다.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정식 경주가 없어짐에 따라 경륜장 운영을 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최소 수입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륜선수노동조합(이하 경륜 노조)는 지난 18일 선수 7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창원레포츠파크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소생계를 보장하고 인권탄압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있었다. 노조는 앞서 지난 5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 15일에는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 240여 명이 모여 같은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현재 경륜 선수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2월부터 임시 경기에만 참여하고 있어 수입이 80~9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대리운전, 택배, 건설현장 등 파트타임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특히 선수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경기력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륜 노조 경상 A권역(창원ㆍ김해) 김계현 부위원장은 “지난 2월부터 불규칙적인 임시 경주만 있다 보니 정확한 시합 일정을 알 수 없다”며 “보통 공단에서 시합 일주일 전에 언제, 어디 경륜장으로 오라는 연락이 온다. 그러면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경륜장에 4일을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만 하고 있자니 생계가 안 되고, 운동과 일을 병행하려니 운동이 안 된다”며 “이런 상태에서 경기에 들어갔는데 경기력 저하가 되면 오롯이 선수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륜 노조는 ‘기본급 제도’ 도입을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책정돼 있는 상금 예산의 30%를 기본급으로 전환해달라고 주장했다.

김계현 부위원장은 “우리가 최소한의 생계로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우리도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운동선수들이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경륜 선수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기본급제를 통한 최소 생계 보장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단에서는 이들을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봐서 정기적인 급여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경륜 노조는 선수들의 불완전한 고용 형태에 따른 공단의 갑질과 인권탄압이 존재하고, 이는 또다시 선수들을 경제적으로 옥죄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경륜 노조에 따르면 선수들은 경주를 자유롭게 출전할 수 없는 구조이며, 선수들이 어떤 경주에 뛸 수 있는지 여부는 공단이 결정한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공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경륜 노조는 기본급제를 요구하면서 “선수들은 경륜 경주에 참가해야만 수입이 발생하는데 1년에 출주 할 수 있는 경기는 16~18경기로 제한돼 있다”며 “시합이 취소되거나, 공단으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부상 등으로 인해 경주에 참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입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륜 선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근로, 노동을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적용대상도 아니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고, 보험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정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경정선수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면서 “경륜 선수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단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기본금 도입 대신 최소 경주 보장 제도를 제안해 선수들의 생계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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