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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의 바지와 이재명의 바지
나훈아의 바지와 이재명의 바지
  • 김은일
  • 승인 2021.07.13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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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200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왕 나훈아는 콘서트가 아닌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훈아가 개인적으로 직접 세종문화회관을 빌려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당시 꽤 오랫동안 떠돌던 루머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인즉슨 나훈아가 젊은 여배우를 사귀었는데 하필 그 여배우의 정부가 일본 야쿠자의 간부여서 보복으로 성기를 절단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여배우가 일본 야쿠자 따위의 정부라는 것부터 전체 내용 자체가 참으로 황당한 것이나 당시 나훈아가 너무 오랫동안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루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훈아는 이 기자회견에서 그야말로 나훈아다운, 지금까지 회자되는 유명한 퍼포먼스를 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에 "바지를 벗어서 보여줄까요?" 하면서 단상 위에 올라가 바지를 벗는 시늉을 한 것이다. 다음날부터 나훈아에 대한 루머는 이 퍼포먼스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2021년 7월 어느 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현 경기도지사인 이재명은 정세균 후보가 자신에 대해 여배우 스캔들을 해명하라는 요구를 하자 대뜸 "제가 바지를 한 번 더 벗을까요?"라는 말을 해 질문을 한 정세균뿐 아니라 시청하던 국민들을 아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여배우 스캔들이라 함은 2008년경 이재명이 변호사 시절 총각을 사칭해 여배우를 사귀었다는 내용으로 3년 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크게 이슈가 되어 이재명이 여배우가 주장한 신체의 특징에 대한 감정을 받는 해프닝까지 벌였던 사건이다.

이재명은 대선에서도 김부선 스캔들이 다시 큰 이슈가 될 것을 예상했을 것이고 이의 대응책을 논의하던 중 나훈아의 사례를 떠올리면서 무릎을 쳤을 것이다. 나훈아가 퍼포먼스 한 번으로 오랫동안의 루머를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이를 잘 벤치마킹하면 어쩌면 자신의 여배우 스캔들도 잠재울 수 있다고 기대했을 듯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이 날의 `바지 메시지`로 이재명이 잠재운 것은 질문한 정세균의 입뿐이었고, 이제 이재명의 여배우 스캔들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현실은 멀쩡한 여배우가 없는 사실을 지어내어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있겠냐고 많은 국민들은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도 이 사건에서는 여배우의 주장을 믿는 편이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여배우는 거짓말을 할 동기가 전혀 없고 이재명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가지는 일반 사람과 다른 중대한 특이점 하나를 알 수 있는데, 그것은 거짓을 말함에 대한 아무런 저어함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이니 이재명도 특별할 것은 없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 알다시피 이재명은 전과 4범의 범죄자다. 변호사인 사람이 전과가 4범이라는 것은 변호사인 필자로서도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 전과를 보면, 무고, 공무원자격사칭죄, 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방해 4가지인데, 그 절반인 무고죄와 공무원자격사칭죄가 소위 `거짓말 범죄`들이다. 그리고 여배우 스캔들도 총각사칭이라는 거짓말에서 출발하는 일이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필자의 경험상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명예심이 없고 책임감이 없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명예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나라의 국격은 한없이 추락할 것이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무책임한 사람이라면 나라 살림을 거덜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냉정하게 짚어보면 이재명이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을 하면서 한 일이라고는 남의 돈(세금)으로 생색내는 일들 뿐이었다. 돈 버는 게 힘들지 돈 쓰는 게 뭐가 그리 어렵겠나.

우리나라는 `속는 놈이 바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독 거짓말에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거짓말에 관대한 우리 국민일지라도 거짓말쟁이를 지도자로 원할 리는 없다. 흘러가는 여론을 보아하니 나훈아처럼 여배우 스캔들을 바지 메시지로 대체하고 싶었던 그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실패한 듯하다. 나훈아의 바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바지였고 이재명의 바지는 진실을 피하기 위한 바지라는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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