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그림자가 절 마당을 쓸고 있는
한 낮
누가 떨구고 간 너울일까
그 자리에 있어도
보이지 않아 지나치다가
눈물 나는 날 고개를 돌리면
저만큼 보이는
배롱나무 어깨에 앉은 그 꽃
여름에 피는 꽃은
헛꿈 같은 세월이라고 고통만
기억하는 나에게
까마득한 시대의 화공처럼 한 잎 두 잎 꽃잎을 그리고 있네
한 잎이 피려 할 때
꽃자리를 내어 주는
다른 한 잎
조용히 핏빛으로 말라가면
배롱나무는 맑은 종소리로 저녁하늘에 꽃구름을 띄우네
시인 약력
- 시인, 수필가
- 밀양초동출생
- 2009년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상
- 현. 김해문인협회 회원
- 구지문학 동인
- 사이펀의 시인
- 시집 《 고래하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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