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1:46 (토)
법률의 유추적용 필요성과 사례
법률의 유추적용 필요성과 사례
  • 김주복
  • 승인 2021.07.07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 률 산 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현대 문명국가라면 예외 없이, 국가작용의 근본원리로써 법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법치주의란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하고, 모든 국가기능은 법에 근거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이 적용되는 과정이다. 법률을 적용하는 방법 또는 형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적용`이란 당해 조항이 조금도 수정됨이 없이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실제 법조문을 보면, "준용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당해 조항이 그 성질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하려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달리, "유추적용"이란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으로 법률에서 "준용한다", "~예에 의한다"는 규정조차 없는 사안에서,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대신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형사법에서는 유추적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민사법이나 가사, 행정법 등에서는 유추적용이 허용된다. 유추적용의 필요성 및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민사법의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유추적용을 할 수 있다. 법률의 유추적용은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으로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유추적용을 긍정할 수는 없다.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2019다226135 판결) 최근 대법원은 민법 제837조에 관한 유추적용을 인정하며 `미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어 미성년 손자를 양육하고 있는 외조부도 손자의 비양육친인 사위를 상대로 장래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면 이렇다.

남편C와 아내D 는 혼인한 후 자A를 낳아 살다가 서로 별거를 하게 됐고, 2012년 12월부터 D는 A를 홀로 키웠다. 그러다 D는 2014년 9월 C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는데, D가 사망하면서 소송은 종료됐다. D의 부B는 이 무렵부터 외손자인 A를 맡아 양육해왔으나, C는 이혼소송 중 사전처분에 따라 자A의 양육비로 월 70만 원씩 지급하던 것을, D가 사망한 이후부터는 지급하지 않았다. 2016년 6월 사위였던 C를 상대로 법원에 미성년후견인선임 및 친권상실심판을 청구했다. 2018년 5월 법원은 `부C의 자A에 대한 친권 중 보호ㆍ교양권, 거소지정권, 징계권, 기타 양육과 관련된 권한을 제한하고, 외조부B를 A의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친권 일부 제한 및 미성년후견인선임결정을 확정했다. 이에 더하여 이에 B는 C를 상대로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은 2심에서 B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입법공백의 상황에서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미성년후견인에 대해 민법 제837조(이혼과 자의 양육책임)의 유추적용을 최초로 허용한 것으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더 부합하고 분쟁의 실효적ㆍ종국적 해결 방향을 제시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