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0:10 (토)
`오래된 미래 국가` 구야국 그리고 김해 ②
`오래된 미래 국가` 구야국 그리고 김해 ②
  • 허영호
  • 승인 2021.07.06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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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김해문화원 부원장
허영호 김해문화원 부원장

사인여천(事人如天) 즉 "사람을 하늘과 같이 섬겨라"고 주장한 그는 몸소 그 말을 실천했는데 그가 데려있던 몸종 둘을 하나는 수양딸로 하나는 며느리로 삼았다. 신분제가 완고한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본(本)을 보인 셈이다. 최근 도올 선생은 동학의 소의경전인 동경대전(東經大全)을 완역해 내놓았다. 민족사적 경사다.

그가 필생의 작업으로 이 책을 내게 된 경위를 머리말을 통해 잠깐 살펴보자. "동학(東學)은 東의 學이 아니다. 그 동이 서(西)에 대응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동학은 서의 상대가 아니라, 서의 침략에 자극받아 일어난 <조선 혼의 총체>이다. 동은 해동(海東)의 동이며, `이 땅`을 가르키는 것이 대도의 실현은 오직 <신관(神觀)의 파기>에서만 가능하다. 이것은 인류 전체의 삶의 개벽이다.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느님이 된다`는 것과 `하느님을 모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동일한 명제이다." 동학은 그 후 `천도교`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수가 자기 민족 유대족이 로마의 핍박을 받았을 때 조국의 민중을 위해 싸우다 대속했듯이, 수운 역시 구한 말 일제 치하 조선의 민중의 궁휼을 대변하다 불과 마흔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일제는 조선을 두고 그들에게 대항할 마지막 세력으로 동학농민군을 지목하고 철저하게 동학교도들의 씨를 말렸다. 우금치 마루에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가 산을 이룬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동학이 한낱 불순한 농민들의 폭동으로 치부되어 난(亂)으로 불리다가 조선의 핍박받는 민중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평가되어 혁명(革命)으로 평가되는데 꼭 백 년의 세월이 걸렸다.

시절은 선각자의 피를 요구했고 예수와 수운은 그 시절의 민중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 안고 죽었다. 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1년이 시작된다. 그레고리력(曆)이다. 대한민국은 한때 `다카께 마사오`로 불렸다가 조센징 냄새가 난다 하여 `오카모도 미노루`로 개명했던 일본 황군육군소좌 출신 박정희가 탱크를 몰고 한강 다리를 건너 정권을 탈취한 1962년 1월 1일부터 단기(檀紀)를 밀어내고 서기(西紀)로 갈아탔다. `미노루`는 명성왕후를 벤 세 명의 자객 중 한 명이다. 항간에는 물 건너 코 큰 케네디 아저씨가 단기 폐기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설도 있다.

그렇니까 예수 탄생 42년 후에 가락국이 건국된 셈으로 예수와 수로는 동시대 사람이다. 각설하고 기골이 장대하고 눈알이 우리부리한 수로가 대성동 세력을 장악하고 주변 아홉 부족의 즉 구간(九干)들을 불러냈다. 간은 읍락(邑落) 요즘으로 치면 면 단위 크기의 골목대장이다. 수로는 구야국의 9명의 간 `巨帥거수`을 불러내어 `이제 내가 이 일대를 접수했으니 환영파티를 열라`고 했다. 구간들이 근사한 파티를 열고 구성지게 한 곡 뽑았으니 그 노래 제목이 구지가(龜旨歌)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행가로 고상한 말로 서정시다. 그 노랫말을 보면

거북아 거북아(龜也龜也ㆍ구야구야)

머리를 내어라(首其現也ㆍ수기현야)

만약 내놓지 않으면(若視現也ㆍ약시현야)

구워서 먹으리(燔作而喫也ㆍ번작이끽야)

이 해석은 가장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해석으로 한문의 자구를 그대로 해석한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을 보자. 가미는 어떡한다고 했나가미는 어떡한다고 했나마리 그것이 지금 당장 나타나지 않으면 잡아서 구워 먹는다고 했지. 구(龜)는 거북이나 소릿값 `구`를 표현한 것이 아니다. 단지 가미(かみ, 神) 대신 선택된 단어다. 일본어에서는 거북이를 가메(カン)라 한다. `가미`와 소릿값이 비슷한 가메(カン, 龜)를 대신 써서 정복자 김수로 즉, 김 가미를 살짝 숨긴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구지가는 일종의 암호문이 됐다. `가미`는 고구려와 백제ㆍ가야 그리고 왜(倭)가 함께 사용한 고대 한일 공통어로서 절대지배자 왕을 가리킨다.

다음으로 구지(龜旨)의 지(旨)는 `사람의 말이나 뜻`이다. 예를 들어 성지(聖旨)는 임금님의 말씀이고 밀지(密旨)는 비밀 얘기다. 따라서 구지는 `거북이의 뜻`이라는 의미로 포장되었으나 실제로는 `가미` 神의 뜻이고 구지가는 거북이의 노래가 아니라 `가미의 의지`(神旨)를 담은 노래이니 신지가(神旨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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