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8:21 (금)
괘사 원형이정의 독법
괘사 원형이정의 독법
  • 이광수
  • 승인 2021.06.2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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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괘사 원형이정(元亨利貞)에 대해서는 본란을 통해 기 몇 차례 해설한 바 있다. 64괘의 으뜸 괘인 중천괘의 괘사인 원형이정은 공자가 주역의 4덕(四德)이라고 할 만큼 그 함의가 깊은 괘사다. 원형이정은 중천괘 외 여러 괘에 있는 괘효사로서 네 자가 연결된 것도 있고, 세 자, 두 자, 한 자로된 것도 있다. 이 중 네 자로 연결된 원형이정의 읽는 법(독법:讀法)은 다르다. 독법에 따라 의미해석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역해석서 중 원형이정의 독법을 아예 무시한 책도 있고, 친절하게 옛날 서당 글 읽기처럼 한글 토를 달아 읽기 좋게 한 책도 있다. 한자는 잘 알다시피 한글처럼 띄어쓰기를 안 한다. 물론 오언절구나 칠언절구 같은 한시는 단락이 나뉘어져 운을 타서 읽기가 편하고 해석하기도 좋다. 이처럼 띄어쓰기가 안 된 한문의 읽기가 제대로 안 되면 문맥을 잡을 수 없어 해석이 힘들다. 한문독법은 한자공부를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래서 한문은 어렵다고 하는 거다.

원형이정의 독법은 괘사, 단전, 문언전, 의리역, 상수역, 고증역, 고사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쉼표인 컴마(, 설문해자 1획 점 주부)가 찍힌 것을 확인해서 읽고 해석해야 한다. 대체로 한학을 전공한 저자의 주역해석서는 쉼표를 제대로 찍거나 한글토씨를 달아 놓았지만, 그냥 쉼표만 찍고 해석은 연결해서 하는 등 기준이 없다. 이에 원형이정의 정확한 독법을 설명해 학역자 제위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원형이정의 독법을 일목요연하게 종합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김상섭. 고사주역. 성균관대 출판부). 1) 괘사의 독법: 원형, 이정 2) 단전: 원형, 이정 3) 문언전: 원, 형, 이, 정 4) 의리역: 원, 형, 이, 정 5) 상수역: 원형, 이정 6) 고증역: 원형, 이정 7) 고사역: 원형, 이정으로, 문언전과 의리역의 원, 형, 이, 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형, 이정으로 읽는다. 원형이정(元亨利貞)은 크게 형통하다, 바르게 함이 이롭다(고사역은 가장 형통하다, 이롭다는 점이다)는 뜻이다. 네 자가 연결된 괘는 중천건, 수뢰준, 수천수, 지택림, 천뢰무망, 택화혁 6개 괘이다. 따라서 원형이정의 독법과 해석은 독립된 판단사로 바르게 읽고 해석해야 한다. 괘사는 원형, 이정으로 읽고 `크게 형통하다, 바르게 함이 이롭다`로 해석한다. 단전은 괘사와 독법이 같다. 원래 단전은 공자가 지은 게 아니라 제나라 유생이 지은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단전의 독법과 해석은 괘사와 다른데 대형이정(大亨以正)으로 `크게 형통하다, 바르게 함으로써 이롭다` 로 해석한다. 해당괘는 괘사와 같은 6개이다. 문언전의 독법은 원, 형, 이, 정으로 원코, 형코, 이코, 정하다로 읽고, `크고, 형통하고, 이롭고, 바르다`로 해석한다. 2개 문장에 있으며 중천괘의 4덕(四德)으로 인(仁) 예(禮) 의(義) 정(正)이라 했다. 의리역의 독법은 문언전과 같이 원, 형, 이, 정으로 읽고, 단전과 같이 해석한다. 이는 문언전이 <춘추좌전>의 내용을 인용해서 `원형이정`을 중천건괘의 4덕과 군자의 4덕으로 해석한 이래 의리학파들이 이 해석을 고수해 왔다. 이에는 <주역정의>에 소(疏)를 단 공영달이 <자하전>의 내용을 인용한 것과, 이정조가 <주역집해>에서 <자하전>을 인용해 중천괘의 4덕으로 여겨 군자의 4덕을 해석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상수역의 독법은 원형, 이정으로 주희는 중천건괘의 4덕으로 여긴 전통을 따르지 않고, `원은 크다. 형은 형통하다, 이는 마땅하다, 정은 바르고 곧다`로 해석했다. 따라서 중천건괘의 4덕으로 해석한 것은 의리역(정이)이고, 점으로 해석한 것은 상수역(주희)이다. 고증역의 독법은 은나라 갑골문자와 주나라 금문을 근거로 전통적 해석을 부정하고 원형, 이정으로 읽고, `크게 형통하다, 점에 물으니 이롭다`로 해석한다. 끝으로 고사역은 원형, 이정으로 읽고, `가장 형통하다, 이롭다는 점이다`로 해석한다.

이처럼 원형이정은 `원형, 이정`과 `원, 형, 이, 정` 두 가지 독법에 따라야 하며, 그 해석은 위에서 해설한 대로 해야만 바른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필자가 본란을 통해 학역 초심자들이 익혀야 할 주요내용들을 개괄적으로 설명했지만, 기술내용의 세밀한 부분을 보다 깊이 연구하지 않으면 주역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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