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7:36 (금)
죽어 덕행을 이룰 것인가 살아 공명을 이룰 것인가
죽어 덕행을 이룰 것인가 살아 공명을 이룰 것인가
  • 허성원
  • 승인 2021.06.15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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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여시아해(如是我解)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낳고 모으라. 낳되 갖지 말고, 이루되 기대지 말고, 펼치되 다스리지 말라. 이를 큰 덕이라 한다"(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_ 도덕경 제10장).

"우리가 보유한 모든 특허는 여러분들의 것입니다."(All Our Patent Are Belong To You)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2014년 연초에 특허 공개를 선언하였다. 이 놀라운 결정으로 테슬라의 전기차 특허는 선의의 사용자라면 누구나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으로서 그 앞선 특허 기술로 시장 지배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 모든 기업이 갈망하는 그 좋은 기회를 그들은 왜 스스로 포기하였을까.

일론 머스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자. 배에는 몇 개의 구멍이 나 있어 물을 퍼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양동이의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다. 이것으로 우리가 남들보다 물을 잘 퍼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양동이 디자인을 함께 써야 하지 않겠는가." 즉, `탄소 위기`로 인한 지구의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차량의 조기 종식과 전기차의 신속한 확산이 불가피하다. 그를 위해 그들의 특허 `양동이`를 공유하여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진정한 경쟁자는 소량 생산하는 타사 전기차가 아니라, 매일 온 세계의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가솔린 자동차다." "나는 다른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을 권한다. 그게 옳은 일이다. 그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계속 반복하여 개선하여 더욱더 좋은 전기차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류의 이동수단에 대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길 원한다." 이와 같은 대범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는 특허에 대해서도 가치관이 남다르다. "기술 리더십이라는 건 특허로 규정되는 게 아니다. 특허는 마음먹고 달려드는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 작은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을 지난 역사가 여러 번 보여주었다. 진정한 기술 리더십은 세계의 가장 재능있는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특허 공개 철학은 테슬라의 입장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강화시켜줄 것으로 믿는다." 테슬라의 특허 공개 정책은 도덕경의 가르침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선도적 기술 개발을 통해 발명을 낳고 특허를 모은다(生之畜之). 그 특허를 소유하지 않고 널리 공개하며(生而不有), 특허에 기대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 하지 않고(爲而不恃), 전기차 시장을 더 넓게 펼치되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長而不宰). 그리하여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니 그들의 뜻은 진정으로 큰 덕이라 할만하다(是謂玄德).

소홀(召忽)과 관중(管仲)은 춘추시대 제나라 공자 규(糾)의 신하들이다. 공자 규가 권력 쟁탈전에서 밀려 죽임을 당하자 소홀과 관중도 죄인의 신분으로 제환공에게 끌려갈 신세가 되었다. 이때 소홀이 관중에게 말한다. "그대는 살아서 신하 노릇을 하라. 나는 죽어서 신하 노릇을 하겠다. 적어도 주공과 함께 죽은 신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대는 살아서 제나라의 패업을 도와 주공의 살아있는 신하로서 공명을 이루라. 죽은 자는 덕행을 이루고 산 자는 공명을 이루리라."(死者成行 生者成名) 그러고는 스스로 목숨을 거둔다. 훗날 사람들은 "소홀의 죽음은 삶보다 훌륭하고, 관중의 삶은 죽음보다 훌륭하다."(召忽之死也 賢其生也 管仲之生也 賢其死也)라 하였다. 관자(管子) 대광(大匡) 편에 실린 이야기다. 그 후 관중은 제환공의 재상이 되어 춘추시대의 첫 패자의 지위에 오르게 하는 공명을 이룬다.

특허의 존재 이유는 본래 그 독점 배타적 권능과 기술력으로 기업의 성공을 도와 `공명`을 추구하는 데 있다. 존속기간 만료 등으로 수명을 다한 특허는 자유로운 이용에 제공되어 널리 기업과 수요자들을 이롭게 한다. 테슬라의 특허와 같이 그 권능을 조기에 포기해 인류의 미래를 위한 큰 `덕행`을 이룰 수도 한다. 소홀과 관중처럼 특허의 운명도 엇갈린다. 죽어 덕행을 이룰 것인가, 살아 공명을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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