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당 20명 이하로 여는 21세기 희망 보고서
학급당 20명 이하로 여는 21세기 희망 보고서
  • 최은정
  • 승인 2021.06.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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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김해 수남초등학교 교사
최은정 김해 수남초등학교 교사

작년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세상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학생맞이가 이뤄졌다. 학년당 11개 학반, 전체 1800명의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거대, 과밀학교인 우리 학교는 자녀들의 학업 결손 및 돌봄 등의 이유로 매일 등교를 원하는 학부모가 많음에도 학급당 밀집도를 고려해 격주 등교를 실시했다. 한 학급 평균 30명의 학생들을 15명씩 A조, B조로 분반해 등교하는 방식이다. 학생의 반만 등교하게 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염려와 걱정이 컸지만 한 번도 25명 이하의 학생과 생활해 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새로운 변화가 보였다.

30개의 책상이 들어차 가방이 학생들의 안전한 통행을 방해해 교실 뒤 사물함 위에도 두어 보고 사물함 안에 놓아 보아도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책상 15개를 빼고 나니 교실이 이렇게 넓었나? 할 정도로 넉넉하고 여유로워졌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었고 두 번 발표할 것을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발표할 수 있었다. 발표 소리를 온전히 들은 교사의 마음도 넉넉히 준비되어 있었다. 비록 마스크를 썼지만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한 번에 내 눈에 들어왔다. 길게 운영되지 않은 임시 등교 방식이었지만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대해 그 필요성을 몸소 체감하게 됐다.

잠시 거대, 과밀 학교에 2년간 근무하며 느낀 어려움을 떠올려보자. 코로나19로 인해 운동장 사용이 제한된 지금은 운동장이 휑하지만 코로나19 이전 한 학년 학생 수가 300명 내외인 우리 학교 점심시간 이야기는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학교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이 하루는 집에 들어서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점심시간에 친구를 찾지 못해서 못 놀았어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점심을 먹고 모래놀이터 근처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친구를 못찾고 헤맸다가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교실로 들어온 것이다. 교실에도 친구는 없었는데 친구도 아들을 찾고 있었을 터였다. 2개 학년이 같은 점심시간을 이용하니 점심 식사 후 쉬는 시간에 600명 내외의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온다. 서울역 개찰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같다면 친구 찾기가 어렵지 않은가?

중간 놀이 시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학생들에게 운동장은 쉽게 공간을 주지 않는다. 이렇듯 거대 학교 학생들에게는 마음 놓고 놀 만한 공간이 없다. 잘 놀아야 잘 큰다는 말이 무색하게 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아이들은 한참 뛰어놀 시기에 교실에 앉아서 20분의 놀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또한 거대 학교 교사들이 학생지도,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생활 지도 등에 겪는 고충도 많다. 모둠 구성을 해도 20명 학급에서는 5개 모둠이면 충분할 것을 6~7개의 모둠으로 나눠야 하고, 준비 및 발표에 소요되는 시간도 많아 수업시간을 훌쩍 넘긴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챙겨야 하는 학생 개인별 지도와 돌봄에는 교사의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든다. 11개 반이 한 학년을 함께 운영하다 보니 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모여 협의하는 시간도 길고 협의 과정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 법안이 발의되고 입법청원을 통해 법개정 운동을 벌인다고 들었다.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서 학교에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좀 더 일찍 법제화돼 모든 초ㆍ중ㆍ고의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로 이뤄졌더라면 코로나19 발생 후에도 이렇게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거나 원격으로 학생들이 가정학습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함께 스쳐간다.

예전에는 학 학급에서 50명 넘게 공부한 시절도 있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30명 학생이 한 교실에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그 사고의 결과물을 나눌 수 있는 수업을 위해서 교실 현장은 달라져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제한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가는 시작이고 새로운 교육의 첫 출발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시작하는 21세기 교육 희망 보고서를 다시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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