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0:33 (금)
하계마을 워낭소리
하계마을 워낭소리
  • 백미늠
  • 승인 2021.06.10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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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늠 시인
백미늠 시인

 

 

 

나비도 길을 잃어

기진한 여름날

진영 하계마을 96번 안길

긴급관리대상 김*원 박*자 노부부를 찾아간다

주저앉은 기와지붕과 칠 벗겨진 대문 사이로

등 굽은 노인이 잿더미처럼 앉아 있다

하루 한 번 일어서기도

힘든 세월에 묶여

잃어버린 언어사용법

반찬 좀 가져왔습니다

어디에 둘까요

대답 없이 일어서는데 하루가 기운다

소똥꽃이 핀 마당을 지나면

나무기둥에는 세월에 멍이 든 셔츠가 펄렁이고

마구간에 앉은 할아버지를

밖을 보듯 바라보는 할머니

서로를 기억 못 하는 먼 길이 된

두 사람

어린 소가 말똥히 쳐다본다

사람보다 소가 살기 좋은 하계마을에

검은 비가 덧칠을 하고 있다

시인 약력

- 시인, 수필가

- 밀양초동출생

- 2009년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상

- 현. 김해문인협회 회원

- 구지문학 동인

- 사이펀의 시인

- 시집 《 고래하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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