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도 길을 잃어
기진한 여름날
진영 하계마을 96번 안길
긴급관리대상 김*원 박*자 노부부를 찾아간다
주저앉은 기와지붕과 칠 벗겨진 대문 사이로
등 굽은 노인이 잿더미처럼 앉아 있다
하루 한 번 일어서기도
힘든 세월에 묶여
잃어버린 언어사용법
반찬 좀 가져왔습니다
어디에 둘까요
대답 없이 일어서는데 하루가 기운다
소똥꽃이 핀 마당을 지나면
나무기둥에는 세월에 멍이 든 셔츠가 펄렁이고
마구간에 앉은 할아버지를
밖을 보듯 바라보는 할머니
서로를 기억 못 하는 먼 길이 된
두 사람
어린 소가 말똥히 쳐다본다
사람보다 소가 살기 좋은 하계마을에
검은 비가 덧칠을 하고 있다
시인 약력
- 시인, 수필가
- 밀양초동출생
- 2009년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상
- 현. 김해문인협회 회원
- 구지문학 동인
- 사이펀의 시인
- 시집 《 고래하품 》
저작권자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