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45 (수)
평등과 동등
평등과 동등
  • 하태화
  • 승인 2021.06.08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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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사회복지실천론이라는 과목에 로웬버그와 돌고프(Lowenberg & Dolgoff)의 윤리적 의사결정에 대해 나온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의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정의해 둔 것이다. 우선순위로 나열된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 번째가 `생명보호의 원칙`이고 두 번째가 `평등과 불평등의 원칙`이다. 이런 원칙들은 특정한 분야에만 적용되고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평소 생활에서 알고 있어야 하는 원칙이다. 그 중 `평등과 불평등의 원칙`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종이거나 지도자는 반드시 명심해 두어야 하는 원칙이다.

`평등과 불평등의 원칙`은 사람들을 평등하게 처우하라는 말인데, `동등한 사람은 동등하게, 동등하지 않은 면이 문제와 관련 있으면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정의와도 관련이 있는데, 만일 같은 위치에 있지 않은 것 때문에 평등하지 못하다면 더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조정하여 평등하게 만들라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평등의 의미를 외관상 차별하지 않고 같게 하는 것 즉, 동등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이전 중국에 파견 근무할 때 일이다. 중국 현지 공장의 대표자와 관리자는 한국인이고 종업원은 중국인이다. 점심 식사는 모두 중국식이었다. 중국에서 서민이 먹는 음식은 한국에 있는 중국 음식점과는 판이하다. 한국인이 5명이니 충분히 한국식 식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대표는 `평등`을 강조했다. 그가 이해한 `평등`은 `모두 같게 하는 것`이었다. 모두 같은 회사직원이므로 한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 즉, 한국식 식사를 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평등을 실천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중국 직원에게 보여주려고 한 듯하다.

식사는 `입에 맞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라는 것이다.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누구나 자신의 입에 맞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하는 것이 식사의 평등이다. 배가 고프지 않을 권리를 위해 초식동물에겐 식물을 주어야 하고, 육식동물에겐 고기를 주어야 하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밥을, 환자에게는 죽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평등의 본질이다. 국적과 관계없이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평등이 아니고 동등이다.

또 다른 사례다. 관련 업계의 전국규모의 전시회가 매년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데, 새로운 제품 동향 파악을 위해서 R&D 부서원이 견학을 가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부서 책임자는 여직원을 포함하여 전부 다 가야 한다고 한다. 여직원이라서 보내지 않는 것은 불평등이라고 하면서. 사무담당 여직원이 단지 R&D 부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갈 필요가 없다. 평등을 잘못 이해한 결과, 그 여직원에게는 고역의 시간이 되고 회사로서는 돈만 낭비 될 뿐 얻어지는 수확은 아무것도 없다. 지도자가 평등을 잘 못 이해하면 금전적인 손해까지 끼친다.

다리가 불편한 학생이 있었는데 신규 교사가 `평등`을 `똑같게`로 이해하여 체육 시간에 예외 없이 축구를 하도록 했다면, 이것이 과연 평등한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불평등이다. 평등은 위의 정의에도 있듯이 `동등한 사람은 동등하게, 동등하지 않은 면이 문제와 관련 있으면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동등한 사람 즉, 다리가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동등하게 공을 차도록 하고, 동등하지 않은 면 즉,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공을 차는 데 문제가 있으니 다른 종목으로 체력 단련을 하는 등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이다. 건강해야 할 권리가 평등한 것이지 그 수단인 공을 차는 것이 평등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도자라면 이 `평등과 불평등의 원칙`을 잘 이해하여 이 원칙을 응용,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할 수 있다. 이솝 우화 `해님과 바람`의 이야기를 보자. 햇볕을 비추면 스스로 옷을 벗는 사람에게 강한 바람을 불어서는 안 된다. 스파르타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랑과 온정으로 만들어야 사람이 있다. 유능한 리더는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평등은 외관상의 동등이 아닌 본질의 동등을 의미한다. 평등과 동등은 전혀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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