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2:24 (수)
또 `우리의 시간`을 도둑맞다
또 `우리의 시간`을 도둑맞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06.03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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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소설이 감동을 남기고 끝을 맺지만

일련의 조국의 옛 시간은 허망함을 안겨준다.

`조국의 시간`이 회고록인데 소설 같다면 참 낭패다.
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소설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을 꼭 일어난 것처럼 이야기로 잘 꾸밀 때 재미있다. 독자는 현실에 이런 인물이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쫓아 고개를 주억거리며 끝까지 읽는다. `조국의 시간`이 10만 애독자를 단순에 모았다고 한다. 조국의 옛날 시간을 추억하면 숱한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은 속앓이했다. 바로 허탈감이었다. 보통 소설이 감동을 남기고 끝을 맺지만 일련의 조국의 옛 시간은 허망함을 안겨준다. `조국의 시간`이 회고록인데 소설 같다면 참 낭패다.

여러 소설 가운데서도 역사소설이 가장 재미있다. 역사소설은 일단 스케일이 크고 사실을 바탕에 깔기 때문에 너무 허무맹랑하지 않아서 좋다. 인류 역사에서 최고의 정치 사건을 택하면 프랑스 혁명이 둘째가라면 서럽다. `소설 프랑스혁명`은 서양 역사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사토 겐이치가 써서 역사의 이면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정치는 항상 두 세력이 부딪치게 돼 있다. 진보와 보수, 이상과 현실 아니면 좌파와 우파가 머리를 맞대 싸우면서 어떤 때는 피를 부르기까지 한다. 루이 16세가 1789년 과세 승인을 위해 소집된 삼부회를 무력으로 탄압해 프랑스 혁명을 유발한다. 성난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부숴 폭동이 일어나면서 프랑스 혁명이 열기를 더한다. 그 후 자신의 측근이 죽자 고립된 루이 16세는 의회에 무시당하고 파리 시민들에게 굴욕을 당한다. 루이 16세는 처형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소설 프랑스혁명`을 읽으면 너무 흥미진진하다. 프랑스 혁명을 대략 알고 읽는 독자는 그 이면을 들춰 보면 볼수록 재미에 빠진다. 루이 16세의 비참한 최후는 소설의 재미로 보면 클라이맥스다.

역사는 반복되고 그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운다. 하지만 역사를 읽으면서 교훈을 배우기가 만만찮다. 사람들 대부분은 역사의 행간을 읽기가 쉽지 않다. 역사를 재미 이상으로 보는 탁견이 있어야 어리석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역사를 꿰뚫어 보면 미래를 보는 혜안이 생긴다. 우리 현대사의 질곡에 빠진 지금, 미래를 예견해 더 큰 불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 또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다.

`조국의 시간`이 참회와 반성 없이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는 술수라면 똑똑한 독자는 가려서 읽어야 한다. 하지만 소설로 읽다가 "그때의 상황이 이해된다. 오해에서 일어난 일이 진실이 될 뻔했다"고 말하는 독자가 많으면 불행한 `한국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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