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14 (금)
지리산 대자연 품속에서 ‘사부작’ 걸으며 ‘스스로’ 행복을 밟는다
지리산 대자연 품속에서 ‘사부작’ 걸으며 ‘스스로’ 행복을 밟는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1.06.03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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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걸어서 세상을 품다
대원사 계곡길을 따라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대원사 계곡길을 따라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산청 대원사 계곡길

- 천왕봉과 가장 가까운 생태탐방로

단성ㆍ신안면 성철스님 순례길

- ‘구도의 길’ 따라 걷다 마음 챙기기

동의보감촌 허준 순례길

- 지친 몸과 마음 풀어 치유하는 길

자연은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사시사철 변함없이 명징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대자연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직조한 빛과 색, 선과 면, 소리와 향기의 조화는 인간 마음을 태초의 그것으로 되돌려 준다.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의 품 속에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사부작’ 걸어볼 수 있는 산청으로 걷기여행을 떠나보자.

쉴 새 없이 머릿속을 괴롭히는 온갖 생각들을 떨쳐내고 피부에 닿는 바람의 온도, 코 끝을 스치는 풀내음을 느껴보자.
 

산청 대원사 계곡길 방장선교를 걷는 사람들.
산청 대원사 계곡길 방장선교를 걷는 사람들.

대원사 계곡길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에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솔루션이 또 있을까. 어느새 성큼 다가와 버린 무더위, 몇 달째 전 세계인들을 괴롭히는 감염병,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치유의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인 곳. 산청 ‘대원사 계곡길’이다.

‘대원사 계곡길’은 지난 2018년 가을 개통됐다. 삼장면 평촌리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 ‘가랑잎 초등학교’까지 이어진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최고의 비경 중 하나인 대원사 계곡을 비롯해 자연과 생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조성한 생태탐방로로 자리매김했다. 길은 삼장면 유평주차장에서 가랑잎 초등학교까지 3.5여㎞, 왕복 7㎞ 구간이다.

길목 곳곳에서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원사, 가야 마지막 왕 구형왕이 소와 말 먹이를 먹였다는 소막골, 산골 학생들이 가랑잎으로 미술활동을 했다는 가랑잎 초등학교(1994년 폐교된 옛 유평초)를 만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이곳 계곡에는 1급수 수서곤충인 강도래와 날도래, 가재 등이 저마다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길을 걷는 내내 귓가를 간질이는 새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가슴을 울리는 교향악이다. 4월 하순부터 7월까지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된 ‘원앙’을 만날 수도 있다. ‘원앙’은 천연기념물인 탓에 번식기 때 ‘원앙’을 발견하면 조용히 지나가 주는 예의가 필요하다.

대원사 앞에 자리한 방장산교는 길이 58m로 이는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교량을 지나면 대원사 계곡길 최고의 절경, ‘용소’를 만날 수 있다. ‘용소’는 용이 100년간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수량이 많은 여름이면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는데 마치 용이 꿈틀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산청군 성철스님 순례길을 탐방하는 사람들.
산청군 성철스님 순례길을 탐방하는 사람들.

성철스님 순례길

20대 청년시절의 성철스님이 수행을 위해 지리산 대원사로 향하며 걸어간 순례의 길을 생태숲과 함께 걸어볼 수 있는 둘레길이 바로 ‘성철스님 순례길’이다.

당시 성철스님은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집안의 장남이자 한 가정을 꾸린 가장이었다고 한다. 스님은 출가를 결심하고 “중이 안 되면 죽을 것 같다”는 말로 마지막까지 반대하던 아버지를 설득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지역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 깊은 뜻을 속가의 삶을 영위하는 중생이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 마음은 다 알지 못해도 그 분이 걸으셨던 길을 함께 걸으며 잠시나마 느껴볼 길인 만큼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성철스님 생가 율은고거가 있는 단성면 겁외사에 주차를 하고 방향을 가늠해 본다. 지난해 가을 성철스님을 추모하고 그 뜻을 기리고자 조성된 ‘성철스님 순례길‘(양천 엄혜산 생태길)이 오늘의 목적지다.

성철스님 순례길 안내판.
성철스님 순례길 안내판.

겁외사~엄혜산 아래 생태길~신안면 원지마을로 이어지는 이 길은 방문객을 숲과 사색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겁외사에서 순례길 초입까지 이어지는 1㎞ 남짓 구간은 시멘트 포장길이라 다소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부지런히 발을 놀려 강변 쪽으로 다가서면 강바람과 함께 잔물결이 반짝이는 양천강이 눈에 들어오면서 상쾌함이 배가 된다.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양수장을 기점으로 잘 정돈된 걷기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경호강의 빼어난 풍광이 탁 트인 시야에 한가득 들어온다. 오후에 들어서면 나무데크길 대부분 구간에 걸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쬔다. 탐방로 중간 중간에는 의자와 지붕이 마련된 쉼터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 안성맞춤이다.

이 길의 백미는 원지마을에 도착하기 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전망대다. 234m 높이 엄혜산 자락 중턱에 있는 이 전망대에 올라서면 지리산 천왕봉과 겹겹이 쌓은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는 웅석봉과 둔철산, 백마산도 눈에 든다. 이 곳에 왔다면 성철스님 생가 율은고거가 있는 겁외사와 그 맞은편에 조성된 성철공원(묵곡생태숲)을 둘러봐야 한다.

겁외사는 일주문이 없는 대신 커다란 기둥이 누각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경건한 마음을 안고 안으로 들어서면 성철스님 동상을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다.

생가는 부친인 이상언 옹의 호를 따 ‘율은고거’라 부른다. ‘율은고거’ 앞마당에는 최근 세워진 비가 있는데 이 비는 ‘일원상’이라고 한다.

190㎝ 높이의 성철 대종사 일원상 비는 앞면에 일원상(0)이 뒷면에는 ‘성철스님 출가송 조성문’이 새겨졌다. 앞면 일원상 아래 동판에는 성철스님 출가 당시를 상징한 두루마기와 고무신, 책보자기가 조형됐다. 계층과 사상, 종교의 다름을 넘어 ‘직지인심 견성성불’의 정신으로 “오직 참선하라”고 말씀하신 스님의 큰 뜻을 잠시나마 마음에 담아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동의보감 허준순례길 안내판.
동의보감 허준순례길 안내판.

허준 순례길

‘대한민국 항노화 웰니스 1번지’로 자리매김한 동의보감촌에는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저자 허준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조성한 ‘허준 순례길’이 마련돼 있다.

가을이면 구절초가 만발하는 이 길은 고즈넉한 숲속을 거닐며 동의보감촌의 힐링시설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다.

허준 순례길은 2개 코스가 있다. 1코스는 주제관 위 한의학박물관에서 시작해 한방약초체험테마공원, 전망대, 한방기체험장, 구름다리를 지나 동의본가에 이르는 1.5㎞ 구간으로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2코스는 한방기체험장~해부동굴~곰상과 정자~한의학박물관 0.5㎞ 구간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각 코스마다 마련된 체험시설을 다 만나보지 못하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오면 시간을 넉넉히 준비해 이 길을 걸어보면 좋겠다.

허준 순례길을 걷다 보면 우리나라 한의학 역사와 한방에 대해 알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는 한의학박물관을 만난다. 한의학박물관 뒤편에는 한옥과 닮았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독특한 구조의 한방약초 유리온실이 있다. 이곳에는 산청에서 자생하는 지리산 야생약초 수십여 종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아울러 구기자와 머루, 다래 등 100년이 넘은 희귀종 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슴생태체험로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동의보감촌을 감싸 안은 필봉산과 왕산은 물론 산청의 명산 황매산과 둔철산 등 주변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허준 순례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동의전’에 자리한 한방 기체험장이다. 민족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남해를 바라보며 멈추었다가 휘몰아쳐 그 기운을 고스란히 풀어놓았다고 하는 곳이다.

커다란 돌 3석이 유명한데 돌 거울인 석경과 거북이 모양의 귀감석, 복을 담는 그릇이란 뜻의 복석정이 있다. 높이 8m에 127t, 거북이를 닮은 모양의 ‘귀감석’은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다.

바위에서 기를 받아 건강을 되찾은 사람, 승진 합격은 물론 아들이 귀했던 집안에서 아들이 태어난 일이 알려지면서 체험객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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