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00 (금)
불투명한 세상 만드는 편의점 담배광고 규제
불투명한 세상 만드는 편의점 담배광고 규제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6.02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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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편의점 유리창 가려

청소년ㆍ소비자 흡연욕구 부추겨

범죄예방 효과 현저히 떨어질 것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편의점 유리창이 불투명 시트지로 둘러싸여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이 침침한 것처럼 시야가 불편하다. 하루 새 달라진 편의점 유리창으로 편의점 이용 시 거리두기 불편은 물론 `거리의 등대`인 편의점의 범죄예방 효과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다.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 부착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편의점 담배광고 노출금지 때문이다. 이 규정은 지난 2011년부터 있었다지만, 아무도 단속을 하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으로 6월까지 전국 편의점 약 5만 곳 중 4만 곳에 점포별 상황을 고려해 반투명 시트지나 편광필름을 붙이기로 합의하면서 편의점 유리창이 가려지고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 등에 따르면 편의점 등 담배 판매 소매점 외부에서 담배광고가 보이면 불법이다. 무분별한 담배광고 노출이 청소년의 흡연을 부추기거나 일반 소비자의 흡연 욕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편의점 외부에서 담배광고를 볼 수 있으면 광고자는 물론 제조업자도 허가취소 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수입판매,도매업자도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 시정명령을 거부하면 편의점과 같은 담배소매인은 1년 이내의 영업정지 및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된다. 동네가게 등 다른 담배 소매점도 마찬가지이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흡연율 감소를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담배광고와 판촉에 대한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같은 해 5월부터 담배광고물 외부노출 단속을 하기로 했으나 편의점 업계의 반발과 코로나19 시기인 점을 고려해 단속 시기를 연기했다. 올 1월부터 단속 예정이었으나 7월부터 시행하게 됐다.

1일부터 전국 편의점 유리창이 시트지로 도배되자 편의점주, 아르바이트생, 고객, 정치권은 정부의 탁상ㆍ과잉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다수의 편의점은 `거리의 등대`로 범죄예방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밤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의 편의점 불빛은 때로는 가로등, 방범등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특성상 한밤의 불빛과 투명한 유리창은 거리와 편의점 내부를 서로 살펴 주는 목격ㆍ감시자 역할을 하는 등 범죄예방 효과가 크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일부 소도시의 경우 야간에는 인적이 끊긴 지 오래다. 오후 9시부터 취객이 많다. 그러나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순찰 경찰, 주민들이 편의점 근무자를 도와줄 수 없는 등 방범이 어렵게 됐다. 미관도 나쁘다.

2013년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한 `건축물의 범죄예방 설계(CPTED) 가이드라인`의 편의점 설계 기준에는 `건물 정문은 가로막힘이 없어야 하고, 시야가 확보돼야 한다`, `창문이나 출입구는 내외부로의 시선을 감소시키는 필름, 광고물 등을 부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과 크게 배치된다. 편의점 업주들도 "편의점 유리 벽ㆍ유리문은 제품광고 외에도 방범 기능 때문에 설치한다", "24시간 운영되는 소형 매장의 유리문을 가리면 근무자들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편의점 직원도 "(밖에서) 아예 안 보여 나가서 도와달라고 소리쳐야 해 두렵고 무섭다"고 한다. 복지부가 되레 국민 안전을 도외시하는 꼴이다.

복지부가 10년 만에 꺼내든 소매점의 담배광고 외부노출 금지의 실효성 논란도 거세다. 담배광고를 가린다고 담배를 안 사겠냐는 반문이다. 담배광고를 계산대에 배치한 편의점 가맹업체도 그렇고, 정부 역시 담배광고 직접 가림, 배치조정 등 실제적인 광고규제와 판매규제는 외면하고 편의점 유리창을 모두 가리는 행정편의로 국민 안전에 위험을 줘 안타깝다. 흡연인구 감소 등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참되고 좋은 정책 부재가 불투명 시트지만큼 세상을 침침하게 한다. 광고도 막고 안전도 보장되도록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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