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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생각난 사람
오월에 생각난 사람
  • 이도경
  • 승인 2021.05.3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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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보험법인 대표
이도경 보험법인 대표

오월은 1년 중 가장 분주하고 행복하다.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부모님의 은혜, 스승님의 감사함을 잊고 산다. 문득 돌아보니 부모님은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이 되셨고, 자녀들은 훌쩍 자라 성인이 됐다. 잊지 못할 고마운 스승님은 성공하면 찾아 뵈리라 다짐하며, 세월 속에 묻어 두었다.

살아가면서 부모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있다면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러한 선생님이 한 분이 있다.

옛날에 초등학교를 다닐 때 육성회비 80원을 냈다. 기한 내에 회비를 납부하지 못하면 수업을 하다 말고 집으로 보냈다. 나도 그 중 한 아이였다. 그 날도 수업 도중 몇몇 친구들과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나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신작로 옆에 있는 바위로 길을 잡았다. 집에 가면 돈이 없다는 걸 알기에 부모님 마음만 아프게 할 것 같아서이다. 돌멩이를 주워 다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보고 시간을 보내다 아이들이 돌아올 때쯤 학교로 돌아갔다. 회비를 받아온 아이들은 교무실로 가서 회비를 납부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언제까지 납부하겠다고 선생님께 약속을 했다.

나는 교무실로 가지 않았다. 집안 사정을 아는지라 선생님께 약속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교무실로 나를 불렀다. 잔뜩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인 채 교무실로 갔다. 그런데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도경아 너 회비는 선생님이 낼 테니 걱정 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하시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나의 꿈은 `시인`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당시 선생님은 우리 학교로 첫 부임을 한 총각 선생님이었다. 일기장 검사를 할 때면 학생 모두에게 일일이 댓글을 달아 주셨고, 냇가에서 물치기 장난을 하고 놀 때면 같이 어울려 놀아 주셨다. 도시락을 못 싸 온 학생에겐 선생님의 도시락을 내어 주고 뒤처지는 과목이 있는 학생은 저녁에 숙소로 불러 따로 지도를 해주시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다. 덕분에 행복한 오학년을 보냈었다.

결혼을 하고 큰 아이를 출산하고 보험회사 설계사로 입사를 했다. 설계사 활동 10년 만에 내 꿈이었던 선생님은 아니지만 보험회사 선생님이 됐다.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실장이 된 것이다. 그 일이 너무도 보람 있었고 열심히 하다 보니 이후 소장, 지점장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학업 도중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선생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오월은 스승의 날이다. 제자들이 열심히 바르게 살아가는 것은 스승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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