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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침범 교통사고 사망과 업무상 재해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 사망과 업무상 재해
  • 김주복
  • 승인 2021.05.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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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근로자가 출장 중에 중앙선을 침범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보아 산재처리를 할 수 있을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37조 2항은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 한다`고 규정한다.

실제 재판에서 다루어진 사례가 있어 소개를 한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는 경기 평택시에 있는 대기업 협력사 직원이었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 18일 업무용 포터 트럭을 운전해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진행된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후 근무지로 복귀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10분께 A씨는 도로에서 트럭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주행하던 6.5t 트럭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운전은 하지는 않았다. 사고원인은 졸음운전으로 추정됐다.

사건 담당 검사는 지난해 1월 22일 A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사건에 대해 사망을 이유로 불기소(공소권 없음)로 결정했다.

A씨의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장의비와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3월 6일 A씨의 아내에게 `A씨가 출장 업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으나 A씨의 사인은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위반이 원인이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에 대해 부지급처분을 내렸다.

이어 A씨의 아내(원고)는 근로복지공단(피고)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유족급여와 장례비용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행정7부)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소송에서 나타난 증거들을 종합해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①~⑤의 각 사실 및 사정에 비춰보면, 타인의 관여나 과실의 개입 없이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산재보험법 제37조 2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다 해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하다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였음을 고려하면, 고인(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

①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②이 사건 법률조항이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에 따른 사망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닌 업무 외적인 관계에 기인하는 행위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으로, 고의ㆍ자해행위의 우연성 결여에 따른 보험사고성 상실과 더불어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로써 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다(대법원 89누2295 판결, 대법원 94누85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는 법문 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ㆍ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 사유의 입법 취지에 따라 해석ㆍ적용되어야 한다.

③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전이 필수적으로 되었음을 고려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종합보험 등에 가입한 운전자에게 형사처벌의 특례를 부여하면서도 중앙선 침범 등 일정한 사유에 관하여는 특례에서 배제하고 있다(제3조, 제4조). 이러한 중앙선 침범 등 교통사고의 경우 특례배제에 따른 형사처벌은 이 특례법의 입법목적과 규율 취지에 따른 것으로 이 특례법에서 특례배제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 즉 범죄행위가 된다고 해 그 입법목적과 규율취지를 달리하는 산재보험법과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

④이 사건 사고는 고인이 이 사건 업무차량을 이용하여 출장업무(협력사 교육)를 수행하고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발생했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현장의 CCTV 영상,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은 확인되지 않고, 고인의 중앙선 침범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수사기관은 지난 2019년 12월 18일자 수사보고서에서 졸음운전을 이유로 추정했다. 고인은 근무지에서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서 1시간 30분가량의 출장업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던 중 이 사건 사고로 사망했고, 졸음운전이 사고원인이 되었더라도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라 단정할 수 없다). 고인의 혈액감정 결과 음주사실은 확인되지 않았고, 고인은 지난 1992년 3월 20일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 또는 교통사고 경력이 없다.

⑤이 사건 사고에 업무 외적인 관계에서 기인하거나 우연성이 결여된 사유가 있다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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