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의식과 종의 의식
주인 의식과 종의 의식
  • 하태화
  • 승인 2021.05.25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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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주인 의식을 가져라`라는 말은 참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 말, 정말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 한 말`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인 의식`은 주인만이 가질 수 있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아니기에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주인이 아닌 사람은 주인 의식에 대한 개념이 다르거나 아예 없다. 종업원이 주인 의식을 갖고 있다면 그는 이미 주인이다. 사업주가 종업원에게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직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근무하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제조업이라면, 품질은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로스나 불량을 줄여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라는 뜻이고, 서비스업이라면, 고객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것은 엄밀히 보면 주인 의식이라기보다는 직장인의 윤리로 보인다.

종업원에게는 `주인 의식을 가져라`라는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종의 의식을 가져라`라고 얘기해야 한다. 당신은 주인이 아니기에 규칙에 따라야 하고, 근무시간에는 열과 성을 다해야 하며,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면 안 되니 주인에게 갈 시간이나 물질을 아껴야 한다며 종의 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맞다. 물론 여기에서 `종`이라 함은 신분상의 종이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한 성실한 직장인을 말한다.

종업원이 다른 시각으로 주인 의식을 해석하여 주인처럼 행동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응접실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근무시간에 나가 다른 일도 보고, 회사 자동차나 법인 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할지도 모른다. 생각을 잘못하면 엄청나게 위험한 것이 종이 주인 의식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주인이 아닌 자는 직장에서 종의 의식을 갖고 성실하게 일해야 하며 주인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물론 주인의 바라는 목표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종업원에게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주인은 올바른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사업이란 것이, 자신의 이윤 추구를 위해 시설을 투자하고 사람을 채용해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업원의 인건비, 건물과 설비의 감가상각비, 간접경비, 이윤을 더해서 가격을 정하고 상품을 판매한다. 따라서 종업원은 주인의 이윤 창출을 위해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윤 창출에 이바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주인이 얼마나 될까. 자신에게 고용되었다는 것만으로 종업원을 조선 시대의 머슴으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갑질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 더 많은 부의 축적을 위하여 종업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종업원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모습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여기서 주인이란 비단 사업주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자가 모두 주인의 범주에 속한다. 매스컴을 통하여 많이 접했던 갑질 즉,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업주는 물론이고, 대학 연구실의 대학원생에게 시간적, 금전적으로 피해를 주는 대학교수,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무원, 성범죄 미투의 유명 연극 감독, 인기의 원천인 팬에게 갑질을 하는 인기 연예인, 선거철이 지나 얼굴을 바꾸는 정치인, 심지어 대리점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영업직 직원 등이 모두 주인인 셈이다. 올바른 주인 의식을 가진 자는, 을의 위치에 있는 자가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돕는 고마운 존재로 생각하지만, 그릇된 주인 의식을 가진 자는 그들을 갑질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군림하려 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권리와 의무가 평등하다는 뜻이다. 단지 일하는 위치와 일의 내용만 다를 뿐 누구나 인격을 가진 고귀한 인간이다. 올챙이 적 생각하는 개구리가 없듯 과거를 생각지 않은 그릇된 주인 의식을 가진 자가 많다.

종업원은 종의 의식을 갖고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주인은 주인 의식을 갖고 종업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한 희망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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