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6:06 (토)
그 `덕`(德)으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그 `덕`(德)으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 허성원
  • 승인 2021.05.2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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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여시아해(如是我解)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치타는 단 몇 초 만에 시속 110㎞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뛰어난 사냥꾼이다. 그런데 그 사냥 기술은 그 `가속 능력`보다는 오히려 빠른 `감속 능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최고 속도로 달리다가도 단 한 걸음 만에 시속 15km로 감속할 수 있다. 그런 감속에 의해 급선회하거나 옆으로 점프하는 등 신속한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기에 달아나는 목표물이 아무리 요령을 부려도 치타를 피하지 못한다.

이러한 치타의 감속 동작을 `치타 멈춤`(Cheetah Pause)이라 부른다. 이 덕목은 리더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된다. 리더의 숙명인 의사 결정은 달리는 치타처럼 빨라야 한다. 하지만 그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시 치타처럼 스스로 잠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 의도된 일시 멈춤 중에, 편견의 개입이 없는지 살피며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취합하여 분석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더 모아볼 수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그런 다음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거나 이동할 것인지, 혹은 현재 방향을 유지할지를 결정한다. 그런 잠시의 멈춤을 통해 재정비하고 나서, 다시 속도를 높이면 검증된 양질의 의사 결정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리마는 그 힘으로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 덕(德)으로 일컫는 것이다."(`驥不稱其力 稱其德也` _ 論語 憲問篇) 무조건 빠르고 오래 달려 하루에 천리를 주파한다고 해서 천리마라 칭송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천리마에게는 그렇게 불리기 위한 덕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잘 조련되어 있어 사람과의 교감이 잘 이루어지고 명령에도 잘 따라야 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천리마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으니, 누구도 어디에도 데려다주지 못한다. 그리고 너무 겁이 많아도 전투 중에 주인을 위태롭게 할 수 있고, 끈기와 성실함이 부족하여도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치타에겐 치타의 덕(德)이 있고, 천리마에겐 천리마의 덕이 있어, 그들의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규정한다. 무릇 만물이 제각기 고유의 덕을 갖듯이, 인간이 만든 모든 조직 특히 나라와 기업에게도 그 존재의 가치를 규정하는 덕이 필시 있으리라.

조양자(趙襄子,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실질적인 창업자)는 적족(翟族)을 공략하여 우(尤)와 종(終) 두 성을 취하였다. 사자가 알현하러 왔을 때 조양자는 온통 근심어린 기색이다. 이에 측근들이 물었다. "하루아침에 성 둘을 항복 시켜 모두들 기뻐하고 있는데 지금 주군께서는 어찌 근심하는 모습을 보이십니까?" 조양자가 대답했다. "큰 강물이라 해도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태풍과 폭우도 하루아침을 계속하지 못하며, 한낮의 햇빛도 잠시밖에 유지되지 못한다. 지금 우리 조씨는 남다른 덕행(德行)을 쌓은 바 없이 오늘 하루아침에 두 성을 얻었으니, 머지않아 망할 일이 우리에게 미칠 것이다." 회남자(淮南子) 도응훈(道應訓) 편에 나오는 고사이다.

조양자는 나라가 아무리 강성하여 영토가 넓어졌다 하더라도, 쌓은 덕행이 없으면 오래지 않아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근심하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에서 `천리마`를 `나라`로 대치하여 보면 그의 생각과 같다. `나라는 힘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덕으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조양자의 말을 듣고 말했다. "조나라는 번창할 것이다. 무릇 근심하는 데에서 번창함을 이룰 수 있고, 기뻐하는 데에서 망함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현명한 군주는 그같이 하여 승리를 지킬 것이니, 그 복은 후세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실제로 조양자가 기반을 닦은 조나라는 진시황에 의해 병탄 될 때까지 근 200년 이상 번창하였다.

치타의 사냥 기술이 속도에만 있지 않고, 리더의 뛰어남이 빠른 의사 결정에만 있지 않고, 천리마의 명성이 힘에만 있지 않고, 나라의 강성함이 군사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 모두가 진정으로 칭송되는 것은 각자 나름의 덕(德)이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기업 혹은 좋은 기업 되기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그 크기나 영업이익만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역량, 기업 문화, 일터의 품격, 사회적 책임, 윤리 경영, 지속가능성 등의 덕(德)들에 의해 일컬어진다. 어떤 덕으로 일컬어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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