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9:28 (화)
“좋은 그림은 사유하게 만들지요… 청소년들, 전시회 자주 찾았으면”
“좋은 그림은 사유하게 만들지요… 청소년들, 전시회 자주 찾았으면”
  • 박민석 기자
  • 승인 2021.05.25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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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장유수 화백(제24회 김해시 문화상 수상)
장유수 화백은 그림은 “보고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전시를 관람하는 방법이다”고 말한다.
장유수 화백은 그림은 “보고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전시를 관람하는 방법이다”고 말한다.

1982년 청우 동인전서 미술계 입문

젊을 땐 정교한 묘사와 기교에 집중

어린 시절 풍경 생각하며 화풍 바꿔

지역 예술 발전 인프라 확충부터

“전시회 익숙해지면 자신 취향 생겨”

그의 그림은 구수한 시골의 내음을 강하게 풍긴다. 아이와 옛날 정취를 표현한 오브제는 그림 곳곳에 화가의 정서와 함께 짙게 남아있다. 장유수 화백은 그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이 좋아 그리기 시작한 것이 40여 년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1982년 미술계에 입문해 여러 전시를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또 예술인 단체에서 활동하며 지역 예술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일 김해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 그는 항상 지역 예술의 생태계 조성과 발전을 고민한다.

-먼저 김해시 문화상 수상을 축하한다. 40여 년 화가로 지냈는데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그림이라는 게 젊은 시절에는 동경이었다. 그때는 예술가들이 배고프면서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이중섭 같은 화가들을 책에서 보다 보니 동경했다. 미술학원 같은 곳이 과거에는 흔치 않았다. 우연히 중학교 미술반에서 그림을 그리다 관심이 생겼다. 원래 성격이 정적이기도 하고 적성에도 잘 맞았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화가라는 업을 지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보통 화가를 업으로 삼게 되면 십중팔구는 생업이나 집안 문제로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게 그저 좋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작게나마 전시를 한 경험들도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대로 전업은 아니지만 생업과 병행해 꾸준히 무작정 해왔다.”

-작품을 보면 작가 특유의 개성이 짙게 배어있다. 이런 개성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장 화백은 미술에 갓 입문한 시절 사실적인 묘사에 집중해 정물화 등을 주로 그렸다고 말한다. ‘정물화’
장 화백은 미술에 갓 입문한 시절 사실적인 묘사에 집중해 정물화 등을 주로 그렸다고 말한다. ‘정물화’

“그림을 갓 배울 시절엔 정물화 등을 주로 그리면서 정교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런 방식이 언젠가부터 한계가 느껴졌다. 사실적으로 사진처럼 그린다면 그림은 뭐 하러 그리느냐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때부터 어린 시절이나 옛날 시골 풍경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나물 캐는 모습이나 추수하는 모습 등 옛날의 정취가 많이 와닿았다.”

-작품을 소개해달라

사진처럼 그린다면 그림은 왜 그릴까하는 생각에 장 화백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정취를 그림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하늘 따기’
사진처럼 그린다면 그림은 왜 그릴까하는 생각에 장 화백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정취를 그림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하늘 따기’

“내 그림을 보면 인물이나 배경에서 시대를 먼저 알 수 있다. 또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에서 드는 감정, 눈동자나 입술 등 얼굴에서 시선에서 무언가를 느낌이 전달됐으면 한다. 옛날에는 누빈 옷이나 꾀죄죄한 모습이 흠이 아니었다. 옛날에는 학생이 누빈 교복을 입어도 저 학생은 곧 졸업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요새는 학생의 가정 형편을 생각한다. 이처럼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여러 생각을 계속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피카소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 그림에 기교만 있다면 금방 싫증 나고 예쁘다는 것 이상의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림을 그릴 때 염두에 두는 게 따로 있나?

최근 장 화백은 변화를 위해 전통 문양이나 한글을 작품 배경에 넣고 있다. ‘한글사랑’
최근 장 화백은 변화를 위해 전통 문양이나 한글을 작품 배경에 넣고 있다. ‘한글사랑’

“항상 그림 속의 인물들을 해맑게 그리려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썹이다. 사람을 그릴 때 보통 눈썹은 날카롭게 표현된다. 그냥 눈만 그리면 해맑게 표현이 된다. 그래서 내 그림의 인물에는 눈썹이 없어 해맑고 정적이다. 또 얼굴을 둥글게 그리려고 한다. 둥근 얼굴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색에도 깊이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단색을 그대로 칠하면 생각이나 느낌을 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능하면 색을 계속 덧칠하면서 깊이를 전하려 한다. 색이 더해지면서 우러나오고 색이나 질감으로 내면의 세계가 표현된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문양이나 한자, 한글을 배경에 넣어보고 있다.”

-40년 내공의 화가다.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생각이 궁금하다

“내 그림 속의 인물들을 사람들이 볼 때 예쁘다는 느낌은 없다.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단 추억을 자연스레 그림에 투영하는 것 같다. 또 질감이나 표면 자체가 거친데 이를 통해서 옛날 내가 속한 세대가 공유하는 기억들, 깨끗한 피부보단 살이 탄 듯한 모습을 표현해 시골의 정감을 나타내고 싶었다.”

-예술가에게는 정착한 지역도 중요하다. 김해는 어떤 도시인가?

“김해가 문화로는 2000년 역사, 가야의 도시일지 모르나 예술로는 불모지에 가깝다. 얼마 전 시 승격 40년을 맞이해 문화ㆍ명품도시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김해예총 회장을 하면서 시에 많은 건의를 했었다. 지금도 한글박물관과 시민박물관 등을 짓는다고 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과거만을 위한 문화는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해시가 문화ㆍ명품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문화 인프라 확충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인프라 확충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인가?

“시립미술관과 같은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령 김해 문화의 전당 같은 곳에서 전시한다면 200점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데 김해미술대전만 해도 500점이 출품된다. 그래서 세 번에 나눠서 전시를 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9년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의 경우도 800점의 전시작품을 준비했지만 전시할 공간이 부족했다. 결국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전시된 작품을 보러오는 시민들은 일부만을 보고 돌아가야 한다. 창원만 해도 성산 아트홀과 도립미술관, 3ㆍ15 아트센터 등 다양한 전시공간이 있지만 김해는 문화의 전당뿐이다. 만약 미술관이 있다면 좋은 전시도 하고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할 수 있지 않겠나.”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나름의 방안이 있다면

“누누이 강조해온 것은 전시공간의 확보다. 미술관이 당장 힘들다면 야외전시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해 대성동 고분부터 김해박물관까지 가야사 누리길 일대에 야외부스를 통해 작품을 전시하고 시민들이 구매를 원하면 작가에게 연결해주면 예술가와 시민 간의 선순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거리가 활성화되면 작가들이 거리에 나와 인물화도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에게 다가가 작품 설명도 하는 등 ‘문화의 스폿’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에서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김해시에 전하고 싶은 제언이 있나?

“각 지자체마다 문화 관련 지원 기관이 있다. 김해시의 경우 김해 문화재단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관인데 최근 들어 집행하는 기관으로 퇴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다. 자꾸만 시나 시의회에서 재단에 성과를 요구하니 성과와 실적 위주의 기관으로 변해 본질을 잊은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이런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예술인들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각계의 예술 단체들의 존립도 어려울 것이다. 문화ㆍ예술 사업은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다. 정책 결정 구조에서 사업 전반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전시회에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전시를 관람하는 방법을 알려달라

“그림은 어렵게 생각하면 벽이 한없이 높다. 그림은 보고 느끼는 대로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것이다. 피카소나 모네의 그림도 보는 사람이 안 좋게 느낀다면 별로인 그림이다. 그림을 보는데 타인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전시와 감상이 익숙해지면 자신만의 취향이 생기고 쉽게 살 수 있는 그림들이 생긴다.”

-어떤 사람에게 전시회 관람을 권하고 싶나?

“모든 사람에게 전시회 관람을 권하고 싶지만 특히 청소년들이 전시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 요즘 청소년들이 입시에 많이 매몰돼 있어 문화나 예술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항상 안타깝다. 청소년들이 문화ㆍ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지역 예술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장 화백은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2019년 비엔날레에서 내빈들과 함께한 장 화백의 모습.
장 화백은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2019년 비엔날레에서 내빈들과 함께한 장 화백의 모습.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는 김해에 자리 잡은 예술인들이 시민들에게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또 우리 지역 예술인들이 뛰어나다는 것을 선보여 외국 예술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체계적으로 잘 가꿔서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미술제로 도약해 나갈 것이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장유수 화백 약력

현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 집행위원장

현 남명문화제 추진위원장

현 (사)한국미술협회 김해지부 자문위원ㆍ초대작가

전 한국예총 김해지회장

전 김해문화재단 이사

전 김해미술대전 운영위원장

ㆍ개인전

1997 장유수 개인전(김해시민의집, 밀양문화원 전시관)

2017 개인전(김해문화의 전당) ‘가슴속에 남겨두었던 추억전’

2017 개인전(가야테마파크) ‘나 어릴적 이야기전’

ㆍ단체전

1982 청우동인전(울산상공회의소 전시관)

1987 월간노동 8인 초대전(세종문화회관)

1992 백혈병학생돕기 12인 초대전(가야회랑)

2003 한일 교류전(김해문화의 전당)

2010 지역미술사 정립전(경남도립미술관)

2019 3ㆍ1절 100주년 기념 한미 교류전(GAIA 갤러리)

ㆍ수상

1993 제5회 금융문화제 대상 재무부장관상 수상

2017 경남도지사 공로 표창장 수상

2019 김해 비엔날레 국제미술제 공로상 수상

1988 제4회 전국무등 미술대전 입선

1994 제17회 경남도 미술대전 특선

1997 제14회 신미술 대전 특선

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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