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1:40 (목)
괘명을 알아야 주역이 보인다
괘명을 알아야 주역이 보인다
  • 이광수
  • 승인 2021.05.2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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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春秋放談(춘추방담)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학역 초심자들이 주역에 입문할 때 제일 먼저 익혀야 하는 것이 괘명(卦名) 즉, 괘의 이름(명칭)이다. 64괘의 괘명은 그 괘의 괘의(卦意)와 상의(象意)를 함축하고 있다. 건(天:하늘), 태(澤:못), 이(火:불), 진(雷:우레),손(風:바람), 감(水:물), 간(山:산), 곤(地:땅) 8괘의 상하 소성괘가 중첩되어 대성괘를 이루어 64괘가 된다. 이 중 상경 30괘, 하경 34괘가 배열순서(서괘)를 따라 차례대로 진행된다. 64괘는 점을 처서 효의 변화(육효)가 생기면 384효가 된다(건괘와 곤괘의 용괘를 합하면 386효). 점서로 투출된 본괘 64괘와 지괘 384괘(효변괘)의 계사와 효사를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서점자의 길흉회린(吉凶悔吝)을 점단할 수 있다. 여기에 학역 초심자들이 익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 바로 괘명의 암기와 이해이다. 서(筮)를 해서 괘명이 나오면 그 괘의 괘의와 상의를 개괄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그 괘가 길한 괘인지 흉한 괘인지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괘효의 변화에 따라 길흉의 반전이 있지만 본괘의 괘사가 주체이고 지괘의 효사는 부체이기 때문에 괘명의 함의숙지는 필수적이다.

그럼 64괘의 괘명에 대하여 그 유래와 괘명의 생성원리를 알아보자. 주나라 초기 개효사가 처음 쓰였을 때는 괘명이 없었다. 주나라 275년 동안 어느 시점에 태사(太師:점치는 관리)가 64괘의 괘명을 만들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춘추좌전>과 <국어>에 기록되어 있는 30개의 괘명으로 그것을 짐작할 뿐이다. <좌전>과 <국어>에 기록된 괘명을 가지고 분석해보면 5가지 방법으로 괘명을 지었음을 알 수 있다.(김상섭. 고사주역. 성균관대 출판부)먼저 괘사와 효사에서 괘명을 취한 것을 보자. 산수몽괘의 계사 동몽과, 효사 초육발몽, 구이 포몽, 육사 곤몽, 육오 동몽, 상구 격몽에서 괘명 몽(蒙)을 취했다. 몽은 몽매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뢰복, 산뢰이, 수풍정, 중뢰진, 화산여, 수택절의 괘사외 효사에서도 괘명을 취했다. 다음으로 괘효사의 내용에서 취한 괘명을 보자. 중지곤괘는 무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황하유역의 드넓은 대지(坤)를 행군하는 내용에서 괘명을 취했다. 그리고 풍천소축, 지천태, 화천대유, 산천대축, 수화기제괘의 내용에서도 괘명을 취했다. 세 번째, 괘사의 첫 글자에서 괘명을 취한 괘이다. 천택리괘의 괘사 `이호미(履虎尾)의 첫 글자에서 밟는다는 뜻의` 이(履)를 취했다. 그리고 천지비, 천화동인, 중산간, 풍택중부도 괘사 첫 글자에서 괘명을 취했다.

네 번째, 몇 차례 중복되는 효사에서 괘명을 취했다. 중천건괘는 구삼효 `군자종일건건`(君子終日乾乾)에서 굳건히 하다는 뜻(健)의 `건`(乾)을 취했다. 그 밖에 수뢰준, 수천수, 천수송, 지수사, 수지비, 지산겸, 뇌지예, 택뢰수, 산풍고, 지택림, 풍지관, 산화비, 산지박, 천뢰무망, 중수감, 중화리, 택산함, 놔풍항, 천산둔, 화지진, 지화명이, 풍화가인, 화택규, 수산건, 뇌수해, 산택손, 풍뢰익, 택천쾌, 천풍구, 택지췌, 지풍승, 택수곤, 택화혁, 화풍정, 풍산점, 뇌택귀매, 뇌화풍, 중풍손, 중택태, 풍수환 등 41괘는 효사에서 몇 차례 중복하여 사용한 글에서 괘명을 취했다.

끝으로 효사의 한 글자에서 괘명을 취한 것이다. 화뢰서합괘의 육이, 육삼, 구사, 육오에서 씹는다는 뜻의 `서` 한 글자에서 `서합`을 취했다. 그리고 택풍대과, 뇌천대장, 뇌산소과, 화수미제괘도 효사 한자에서 괘명을 취했다. 다시 총정리하면 괘사와 효사에서 7괘, 괘효사 내용에서 6괘, 효사 첫 글자에서 5괘, 몇 차례 중복되는 효사 글자에서 41괘, 효사 한 글자에서 5괘가 모두 이런 원리로 64괘의 괘명이 만들어졌다. (김상섭, 고사주역ㆍ성균관대 출판부) 이처럼 괘명의 생성원리를 알면 괘명만 보아도 그 괘의 길흉을 판단사로 점단할 수 있다. 또한 한자 괘명에 대한 설문해자(허신, 단옥재주)를 병행하여 파자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따라서 위에서 정리한 5가지 방법의 괘명 생성원리를 해당 괘사와 효사에서 찾아(지면관계로 상세기술 생략) 그 함의를 숙지해야 한다. 괘명의 생성원리를 알면 주역의 괘효사는 `안광이 지배를 철한 것`처럼 밝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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