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7:03 (화)
동화<銅畵, 붉은색 자기>의 찬란한 색채는 불의 미학을 만나 예술 극치로 타오른다
동화<銅畵, 붉은색 자기>의 찬란한 색채는 불의 미학을 만나 예술 극치로 타오른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1.05.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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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운당 김용득 사기장(김해 진례 운당도예)

“불과 바람이 만나 토해내는 예술의 극치가 동화에 서려 있지요”
김용득 사기장이 만든 40여 년 동화요변의 예술 세계는 뜨거운 불과의 만남에서 최고점에 다다른다.
김용득 사기장이 만든 40여 년 동화요변의 예술 세계는 뜨거운 불과의 만남에서 최고점에 다다른다.

40여년 동화요변 세계 정진

도예계의 ‘큰 용’으로 웅비

청적의 조화 신비로운 색깔

불의 예술로 승화한 기예

 

도자기에 불꽃이 피어나면서 찬란한 색채는 핏빛으로 변한다. 불과 바람을 만나 토해내는 예술의 극치는 ‘동화(銅畵)’의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12세기 후반 고려시대에 만들어지다 명맥이 끊긴 ‘동화’가 김용득 사기장의 손끝에서 재현됐다. 김 사기장의 40여 년 예술 혼에 불이 빚어낸 자연의 극치가 동화다. 그는 붉은 안료를 사용해 동화를 제작한 고려시대 도공의 얼과 혼을 계승한 자신의 작품을 동화로 불리기를 바란다. 동화를 흉내 낸 진사(辰砂) 작품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진사는 동화의 일본식 표기로 흔히 사용된다.)

운당 김용득 사기장
운당 김용득 사기장

김 사기장이 1994년 문을 연 운당도예의 운당(雲塘)은 ‘연못 속에 구름과 논다’는 뜻을 품고 있다. 용이 승천하기 전에 머무는 연못에서 도예계의 큰 용이 되고 싶은 웅지를 펼치고 있다. 찬란한 색채를 뿜는 김 사기장의작품은 ‘동화요변’(銅畵窯變)으로 모아진다. ‘요변’은 흙과 물에 구리 유약이 만나고 도공의 미세한 손놀림을 타고 1300도의 장작가마 불에 바람까지 입혀져 나오는 찬란한 오색을 말한다. 김 사기장이 도예계 용이 되려는 바람은 동화요변에 그대로 내려앉아 동화의 일인자가 됐다.

그는 “진사 작품과 비교하면 색의 깊이와 다양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1300도의 전통가마에서 빚어 나오는 다섯 가지 색깔과 투명한 붉은색은 자연이 준 선물이다. 직접 만들어 쓰는 동화 유약은 산화구리에 여덟 개의 안료를 혼합해 쓰고 있다.

‘동화요변 달항아리’
‘동화요변 달항아리’

동화 작품이 뿜어내는 빛깔이 매일 조금씩 더 영롱하고 더 찬란한 이유에 대해 김 사기장은 “동화 연구에는 끝이 없다. 불과 물과 흙이 만드는 예술은 손끝에서는 나오는 숙련된 감각에서 시작한다. 동화는 자연이 주는 귀한 선물이기 때문에 매일 정진해야 한다.” 그는 불과 바람이 잉태하고 낳은 동화요변을 천하 최고의 ‘자식’으로 부르면서 전통가마에서 꺼낸다고 한다.

‘천목 찻사발’
‘천목 찻사발’

김 사기장은 김해 진례에서 나서 14살에 도예에 입문한 후 스승 방곡 서동규 선생 아래서 도공으로서의 큰 뜻을 세웠다. 서동규 선생은 대한민국 28호 도자명장이다. 그는 스승한테서 분청사기, 흑유, 조선 찻사발, 백자항아리 등 여러 도자기 작품의 기법을 몸에 익혔다. 김해에서는 종산 배종태 선생한테서 흙 수비하기(마른 흙을 불리는 작업)와 꼬막 만들기(흙 반죽)를 배우고 등요(登窯, 경사면에 만든 가마)에 불을 넣은 방법도 익혔다. 그 후 분성도예에서 백자 항아리의 성형과 수비를 본격적으로 익혔다.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동화 유약의 제조 기술을 배웠다. 그는 이 대목에서 ‘천행’을 만났다고 말한다.

‘백자 달항아리’
‘백자 달항아리’

김 사기장에게 1995년은 하늘의 행운(천행)이 땅에서 첫 열매를 맺은 한 해였다. 제1회 운당 김용득 도예전은 신비로운 동화의 빛깔로 가득 채웠다. 100여 점 동화 작품은 운당 예술의 서막을 전국에 알렸다. 첫 전시회를 회상하는 김 사기장은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고 말한다. 전시회를 계기로 동화 마니아가 생기고 진례뿐 아니라 전국 요장에서 동화를 만드는 붐이 일어났다. 첫 전시회의 작품은 다 팔려나갔고 제2회 개인전에서는 오색의 향연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동화요변 호’
‘동화요변 호’

김 사기장의 동화요변은 신비로운 미의 극치를 발해도 그는 “아직 신품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언젠가 정말 살아있는 불꽃이 붙어 있는 작품을 내놓고 싶다”는 그는 “불의 혀가 항아리 전체를 휘감아 도는 신이 내린 동화요변을 품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만들어 신이 주는 작품으로 받겠다는 예인의 통찰은 일반사람이 품기는 어려워 보인다.

‘동화요변 전기화로 & 놋쇠주전자’
‘동화요변 전기화로 & 놋쇠주전자’

혼과 불이 빚어내는 도자기의 표면에는 독창적인 빛깔이 늘 서려 있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항아리 주둥이가 유난히 작은 ‘동화요변 호’(壺)는 현대 미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통적 항아리의 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미를 덧씌워 운당 작품의 극점에 이른다. ‘동화요변 호’ 색의 기본은 적청(짙은 붉은색과 푸른색)과 오색(다섯 가지 빛깔)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오묘한 조화가 작품 표면에 서려 불의 힘과 만나 신비로움의 깊이를 더하고 마음껏 외부로 투영하는 것이다. 작품 ‘동화요변 장병’, ‘동화요변 호’, ‘동화요변 달항아리’, ‘동화요변 물항아리’, ‘동화요변 5인다기 & 동화요변 연잎 찻상’ 등은 명품의 기품이 녹아 있어 모든 사람들이 한두 점을 거실에 두고 감상하기를 바란다. 작품이 주는 고혹적인 유혹은 예향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손이 갈 수밖에 없다.

가마에 불 지피는 김용득 사기장 아들 김진욱 씨.
가마에 불 지피는 김용득 사기장 아들 김진욱 씨.

김 사기장이 닦은 오랜 예술의 길을 아들인 김진욱 씨가 동행하고 있다. 아들 진욱이 아버지 동화의 세계를 잇고 청출어람을 기대하는 부성(父性)의 마음은 애틋하다. 아들 진욱은 산딸기나무재와 찔레꽃나무재를 포함하는 유약 제조방법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기능경기대회 도자기 직종 금메달과 전국대회에서도 수상하는 등 이미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도자기 학교의 강사로서 도자기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도자기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도자기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김 사기장은 가업을 이을 아들에게 감사를 새기는 이유는 동화요변이 대를 이어 전해질 뿐 아니라 동화요변의 오색의 찬란함이 미래에 더 빛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40여 년 동화요변의 맥을 찾아 이어오면서(재현한 후 더 발전시킴) 마음 안에서는 더 강한 불꽃이 타 올랐다. 동화요변과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시작해서 우리나라 도예계의 한 본류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개인과 지역에서만 머물지 않고 거기에 따르는 ‘울타리’가 세워져야 한다”는 김 사기장의 말에는 동화요변이 한 세기를 넘어 영원히 예술의 혼으로 타오르기를 바라는 바람이 들어있다.

운당도예에서는 15일 전통 장작가마에 불을 지핀다. 코로나19의 만만찮은 세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는 없지만 운당의 뜨거운 예술혼을 직접 쐬고 싶은 사람의 발걸음은 간혹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당 김용득 사기장

1955년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청곡부락) 출생

1971~1975년 방곡 서동규 선생님 사사

1994년 제12회 한국미술대상전 국제공모전 금상,국제미술대전 은상

1995년 국제미술대전 공예부문 우수상,도예심리치료 전문 교수

1996년 국제미술대전 추천작가

2001년 제19회 한국미술대상전 초대작가

2003년 한국현대미술인협회 중국 하남 낙양대학 명예증서

2008년 문화예술분야 우수 신지식인 지정

2009년 제3회 경남도 최고장인 선정

2010년 한국현대미술협회 초대작가상

2013년 한서미술대전-도예부문 한서미술협회 심사위원, 제41회 전일전서법회 심사위원

2014년 대한민국미술협회 전통공예분야 이사

2016년 제6회 남북코리아 국제미술전 특별상,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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