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2:02 (수)
이경해경의 고사역해
이경해경의 고사역해
  • 이광수
  • 승인 2021.05.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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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정주역에 반기를 든 고증학파와 고사학파의 주역해석법에 대해 필자는 본보 매일시론(21년 4월 19일)에서 기 개설한 바 있다. 정주역해의 이전해경(以傳解經;역전으로 역경을 해석)을 배척하고 이경해경(以經解經: 역경으로 역경을 해석)하는 고사역의 해석법을 살펴보자. 기 설명했듯이 고사역은 은말 주왕과 주초 문왕ㆍ무왕 때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64괘와 384효의 계시와 효사에 적용한 새로운 주역해석법이다. 한 괘의 계사와 여섯 효의 효사(역경)는 당시 역사적 사실의 시작부터 끝맺음까지 중심인물, 주제, 소재, 사건의 진행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이경해경 한다.

이경해경의 실례를 중천건괘(重天乾卦)로 설명해 보겠다. 괘사 `건, 원형, 이정`은 원형과 이정으로 끊어서 해석한다. 건은 가장 형통하다. 이롭다는 점이다. 고사역은 정(貞)을 이전해경의 바름(正)으로 해석하지 않고 점(占)으로 해석한다. 괘사의 내용은 문왕이 좋은 배경 속에서 태어난 것을 기술하였다. 건괘의 네 가지 요소인 중심인물은 효사의 군자와 대인으로 이는 곧 문왕을 가리킨다. 주제는 문왕의 일생이며, 용(龍)을 소재로 하여 문왕의 일생에 대한 고사를 기술하고 있다. 괘명(卦名)인 건(乾)은 설문해자(說文解字)로 그 내용을 상세하게 고증하고 있다.

원형(元亨)의 원은 <춘추좌전>과 <국어>의 22장 고점서례에서 최초로 해석하고 있다. 좌전에는 주나라 양공9년, 소공7년, 소공12년, 국어에는 진어(晉語)의 해석을 근거로 삼는다. 원은 으뜸, 최고의 가치, 가장 좋은 것으로 새긴다. 십익 단전의 대(大)는 `크게`가 아닌 `가장`으로 해석한다. 형(亨)은 제사를 올리다(향), 공물을 바치다(향;헌), 형통하다(형)의 3가지로 해석한다.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된 이정(利貞)은 설문해자 벼(禾)와 칼 도(刀)로 해석해 벼를 베는 모양을 상징해서 이(利)자는 이익을 뜻한다고 했으며, 정(貞)자는 설문해자의 복(卜)과 패(貝)로 `점에 묻는다`로 해석한다. 따라서 정(貞)은 <역전>에서는 `바름`으로, <고사역>에서는 `점에 묻는다`로 해석하고 있다. 괘사 원형이정은 중천건, 수뢰준, 택뢰수, 지택림, 천뢰무망, 택화혁 등 여섯 괘이다(곤괘는 원형이정...). 괘효사에 원형은 4곳, 이정은 14곳, 소리정은 2곳이 기록되어 있다. 건괘의 괘사 원형이정(元亨利貞)은 문왕이 좋은 환경 속에서 태어난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문왕을 찬양한 말이다.

효사 해석을 보자. 건괘 초구효는 `잠겨있는 용이니 움직이지 않는다`로 문왕이 나서지 않고 은 주왕 밑에서 조용히 힘을 기르는 것을 기술했다. 구2효는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로 용과 대인은 문왕을 가리킨다. 문왕의 세력이 확장될 때 많은 인재들이 찾아와 귀속한 사실을 말한다. 구3효는 문왕이 은나라 주왕의 유리옥에 갇혀 밤낮으로 몸조심할 때를, 구4효는 문왕이 여러 제후의 신임을 받아 도약할 때가 왔음을, 구5효는 문왕의 최고 전성기를, 상구효는 그의 죽음을, 용구(用九)는 무왕이 왕자의 난을 문왕의 동생인 주공의 도움으로 평정하고 적장자로서 주나라 왕위를 계승한 것을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건괘는 은말 주왕과 주초 문왕과 무왕 때 있었던 역사적 사건의 진행을 인용해 계사와 효사 초효부터 상효까지 차례대로 기술하고 있다.(김상현. 고사주역) 이처럼 고사역은 정주역해와는 다르게 3천여 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인용해서 이경해경 한다. 이경해경 이전해전의 고사역은 이전의 정주역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은 경으로, 전은 전으로, 주역을 해석하는 것이다. 공자가 <십익>에서 해석한 주역은 공자 자신의 학문적 주관과 철학관에 의해 해석한 것이다. 고사역은 은말 주초 275년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춘추좌전>과 <국어>에 실린 고점서례를 인용해 고증하는 학제적 연구방법에 의해 주역을 해석한 것이다.

고사역은 번쇄하고 현학적인 정주역에 비해 논리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역해라 할 수 있다. 학역자 제위는 기존의 정주역해를 바탕으로 고사역해를 통섭해 연구함으로써 보다 폭넓은 주역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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